교사 급여는 호봉대로 아니었나요?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의문

by LEMO

직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급여, 안정성, 전문성, 위상, 워라밸 등등 직업을 둘러싼 요소들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그런데 여기에 굳이 추가하자면 나는 '짧음'이라는 요소를 달고 싶다.


그게 뭐냐면 길게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 저는 이러이러한 곳에 근무하는데요, 그런데 이게 일반적이랑은 다르게 어쩌고저쩌고..."


안타깝게도 나의 이야기이다.


"저는 학교에서 근무합니다"(단계 1)

"아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지는 않아요"(단계 2)

"예, 이런 학교가 흔치는 않은데 전국에 좀 있긴 합니다"(단계 3)


보통 이런 식으로 길어진다. 그래서 나는 은연중에 나를 짧게 소개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던 것 같다.



추가로 더 적어보자면 급여와 관련된 내용이다.

교사 호봉은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나오는 공공연한 정보이기 때문에 사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교사일 경우 몇 년이나 근무했는지 알 수 있다면 대략 급여가 유추 가능하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한 교사도 있다! 바로 학력인정학교의 교사이다!


내가 처음 이 학교에 원서를 쓸 무렵 이상했던 점은 급여에 '학교장과 협의'라고 적혀있는 부분이었다. 기간제 교사라도 그냥 경력사항 주욱 붙여서 몇 년 차 몇 호봉 이렇게 계산되는 게 일반적인데 '협의'라는 단어는 지원서에서 처음 보는 단어였던 것.

(다만 다른 학교로 갈 경우 이곳의 근무 경력도 호봉에 산입가능. 여기서만 호봉을 무시)


하지만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나는 백수생활을 할 수는 없었기에(그리고 협의라고 해도 어느 정도 상식적일 줄 알았다.) 열심히 지원서를 작성하였고 어찌어찌 계약서를 작성하는 날이 되었다. 자,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협의'라는 단어 말이다... 이게 원래는 '힘을 합쳐 의논한다'는 뜻이란 말이지? 그런데 실상은 '통보'였다. 그리고 후려치는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여 어디 가서 월급이 얼마라고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웠을 정도... 하나 말하자면 올해인 25년 모월의 급여가 공립학교에 근무하던 20년도 모월의 급여보다 아직도 적었다.


하지만 위에도 말했듯 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관계로 사인을 해버렸고 그렇게 싼값으로 학기마다 8과목을 담당하는 짓을 해버린 것이다. 3년 넘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 몇 가지는

1. 동병상련을 통한 동료와의 전우애 형성(ㅠㅠ)

2. 집이 가깝기 때문에 방값이 필요 없고, 기름값이 적음

3. 어쨌든 백수는 아님


대략 이 정도였다.


하지만 교사라는 단어에 집착하여 행동거지와 복장까지 지적하는 교장의 행태는 '그럴 거면 급여부터 호봉대로 맞춰서 챙겨주지'라는 불만을 야기시켰고, 점점 이 조직에 대한 탐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날은 교육청 공개감사 자료에서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자료를 보게 되었고 무려 10개가 넘는 적발 항목이 나열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문제의 대부분은 결국 '돈'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감사 자료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의 급여를 후려쳐서 누군가는 득을 보고 있는 시스템에 분노하면서도, 그 와중에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이곳에 매일 출근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 나도 바보라면 심각한 바보다.


월급날 계좌에 찍히는 급여는 두 곳에서 입금되는데, 하나는 교육청이고 하나는 이 학교 이름으로 온다. 둘이 합쳐서 처참한 월급이 완성되는 것이다. 자, 여기서 이상한 점은 일반적인 학교였다면 급여는 [OO교육(지원)청] 이라는 이름으로 한 곳에서만 들어오는데 왜 이곳은 급여가 두 곳에서 오느냐는 것이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교육청이 아닌 학교 이름으로 지급되는 경우도 있음. 다만 일반적으로는 두 곳에서 지급되지는 않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교육청에서 이 학교의 전 직원 급여를 다 까봤을 때, 누군가는 알바랑 비등한 급여를 받고 누군가는 꿀통에서 매달 꿀을 박스로 가져가는 상황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제재를 못하는 이유가 뭐냐면 그것은 이 학교가 평생교육법에 발을 걸친 평생교육시설이기 때문에 그렇다.


학교법인이 설립되어 있고 초중등교육법에 의거한 사립학교는 적어도 교직원 급여에 대해 문제가 없다. 교육청에서 각 교직원들에게 다이렉트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학교 전체에 대한 지원금이 통으로 내려온다. 그것을 교직원들이 나눠갖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청은 지원금을 보따리로 줬기 때문에 그 안에서 불공정 분배가 일어나도 그것을 감사에서 지적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 없다. 바로 이 불공정 분배가 급여에서 학교 이름으로 찍히는 부분이다.


ㅈ소기업에서 당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사장은 항상 돈이 없다고 한다. 이곳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교장은 항상 지원금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다. 불공정 분배가 이루어져서 그렇다. 말하자면 학교계의 ㅈ소 형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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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때는 만학도 학생들의 빠른 졸업을 위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부가적인 요소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환상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인데 정리하자면 이렇다.


-매 학기마다 존재하는 학년을 대괄호 안에 작성함-

연중 첫째 학기 - [1학년 1학기, 2학년 2학기]

연중 둘째 학기 - [1학년 2학기, 3학년 1학기]

연중 셋째 학기 - [2학년 1학기, 3학년 2학기]

-> 다음 학년도에 반복


1년3학기제를 실시하면 매 학기마다 확정적으로 학년 하나가 없다.

첫째 학기에는 3학년이 없고, 둘째 학기에는 2학년, 셋째 학기에는 1학년이 없다.

만약 일반 학교처럼 1년2학기제를 했다면 항상 3개 학년이 있었을 텐데, 3학기제를 하면서 한 개 학년의 담임이 항상 사라져 있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연중 담임 유지비를 2/3만 사용하면서 학교 유지가 가능하다.

추가적으로 직원이 노는 꼴을 못 보는 나이 많은 관리자의 특성상 항상 북적북적한 학교의 모습도 유지가 되기에, 심심할 때만 출근하는 회장님(비유적 표현)은 마냥 흐뭇할 수 있다.


혹시 에이스컴뱃이라는 게임을 아는가?

전투 조종사가 되어 전투기로 적을 격추하는 게임인데, 작중 주인공인 트리거는 대통령 탈출기가 적의 무인 비행체에게 격추당할 때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로 대통령 살해죄를 뒤집어쓰고 징벌부대에 배치된다. 그 부대는 모습은 공군기지이지만 전체가 하나의 미끼(Decoy)로 적의 화력을 뒤집어쓰는 처참한 곳이다. 그리고 각종 사고를 친 파일럿들이 그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래도 나름 조종사들인데 어째 묘사는 막장에 가깝게 표현되었다.

게임 내 한 장면


게임 이야기를 왜 하냐면 내가 이 학교에서 느낀 감정과 비슷해서 그랬다. 그래도 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인데, 실상은 밀려오는 업무를 쳐내며 교과연구라고는 할 틈도 나지 않는 이곳에서 자기 교과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사실상 누워서 침 뱉기)라는 생각을 솔직히 안 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

(특히 짬은 많지만 문서 양식도 지킬 줄 모르고, 나보다 월급은 X2 이상을 받는 사람을 보며 느낀 허탈함)


아무튼 이 매거진을 처음부터 읽어주신 분이 누구라도 계신다면(설마 있을까 ㄷㄷ)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왜 거기 붙어있어? 나가면 되잖아?'




맞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나가기로 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 이번 주 금요일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출근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할 말이 많다!



다음 화 예고 : 퇴직(탈출)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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