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학교 그만두겠습니다.(6)

무릎을 굽혔으면 추진력을 얻어야 한다.

by LEMO

보통은 어떤 식으로든 몸담던 직장에서 나가는 날이 정해지면 서서히 정리하는 분위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과는 서서히라는 분위기 형성이 힘들었다. 왜냐면 내 손으로 모든 수행평가를 마무리하고 떠나고 싶었기 때문인데, 그러면 수행 평가가 끝나고 1주일 후 퇴사다.

(솔직히 누가 이 글을 진지하게 읽겠냐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여기 쓰인 글들만 보면 그저 업무가 힘들어서 징징대다 뛰쳐나가는 한심한 선생으로 보일 여지가 있을지도... 하지만 결코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8월 31일이 되기 전, 나는 전부터 늘 실행하던 스케줄을 참고하여 퇴직 2주 전 수행평가 실시, 수행평가 2주 전 학급 공지를 했다. 그리고 작별 공지는 각 학급의 마지막 수업에 알렸다. 짐은 진작부터 퇴근할 때 조금씩 옮겨놔서 마지막 날이라고 특별히 짐을 더 챙기지 않도록 했다.


타임라인

[수행평가 공지]

2주 후

[수행평가 실시]

1주 후

[작별 공지]

퇴사


마지막 수행평가가 끝나고 익숙한 학생들의 이름을 보며 열심히 채점을 했고 최근 수업한 지점까지 시험문제도 만들었다. 지금부터 하는 모든 작업들이 나에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집중은 잘 되었다.


퇴사 1주일을 남기고 이제부터는 들어가는 모든 반에 작별을 고하였다. 새 출발을 응원하는 학생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있었다. 나 역시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고 가장 힘든 것은 내가 담임으로 있는 반에서 작별을 고하는 것이었다. 물론 회자정리라고 모든 만남은 어떤 식으로든 이별이 있는 법,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일들로 나는 이곳에서 묻혀지게 될 것이다.


제대로 마무리도 못했는데 마지막을 챙겨주는 학생들을 보며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들었다. 담임 잘못 만나서 고생한 학생들 ㅠ.ㅠ


나의 뒤를 이을 신규 선생님께 인수인계도 해드리고 컴퓨터의 모든 파일을 USB에 옮겼다. 그리고 시간이 남을 때마다 근처를 산책했다. 아마 이 동네를 산책할 일이 앞으로 없을 것 같아서였다.


늘 보는 노을이지만 뭔가 각별했다.

다행이라면 열심히 적은 자소서가 통과되어 국립기관 2곳에 면접 전형까지 가게 되었다는 것이고 결국은 모두 최종탈락했지만 열릴 때까지 두드려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학점은행을 신청하여 평생교육사 과정도 수강신청했다. 혹시 모를 노후 대비용으로 따놓자는 마음이었고 대학생 때 들은 과목과 겹치는 게 있어서 짐을 살짝 덜고 수강신청할 수 있었다.(지금도 열심히 듣고 있음)


퇴사 직전 조력자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이것이 Phase2의 신호탄이 되는 계기였다.


다음 시즌 예고

"맥주와 복수는 차가울수록 좋다"

-어디선가 본 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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