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를 쓴 선생님은 뭘 할까요?(1)

30대 중반 백수의 리얼실황

by LEMO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병에 걸린 사람끼리 가지는 서로의 연민을 의미하는 이 성어는 진정한 공감이 이루어지는 최종 단계를 설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지 않을까?


저 학교 그만두겠습니다.(6)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퇴사가 임박하면서 심란해지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동병상련할 사례를 열심히 찾아봤었다. 30대 중반, 기간제 교사 출신, 한문, 남자, 백수 이 모든 키워드를 조합하여 검색했으나 교집합 하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나뿐인 듯했다. 신기한 점이라면 그래도 퇴사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는 것 정도?


챗 gpt가 만들어줌

퇴사 처리 이후에는 여러 변화들이 빨리 찾아왔다. 밤을 새며 문서를 작성해도 신경쓰이는 게 없었고, 오늘의 요일을 잊게 되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다이어트에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퇴근 후에는 가급적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일을 관두니 집에만 있으면 군것질에 눈이 돌아가기 너무 쉽고 활동량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나는 일도 있었다. 교육학술기관 채용공고에 서류를 넣으려는데 자격가산 항목이 1급 정교사는 10점, 2급 정교사는 6점이었다. 올해 1정 연수만 들었어도 10점을 받고 낼 수 있었는데 학교에서 연수를 못 듣게 하여서 6점 가점만 받고 서류를 제출했다. 결과는 서류 탈락이었다. 물론 서류의 나머지 부분이 기관에서는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지만 사람은 아쉬운 부분이 제일 먼저 보이는 법이니까. 일반 학교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1정 연수를 학교에서 막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할 말은 많지만 적절히 생략...


이전 글에서 조력자를 언급했는데, 그 사람으로 인하여 퇴사 후에도 학교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남아있게 되었다. 이유인 즉 근무하면서 받은 수치화 가능한 차별의 보상 청구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학교에 근무하면서 정규직에게 지급되던 정액급식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하였고, 상여 또한 차별적으로 책정받았다. 이에 대한 부분은 만에 하나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더라도 기간제차별금지법에 의해 위법 사항이 된다. 조력자는 이 부분을 나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물론 이것을 청구하겠다는 것은 마냥 쉽기만 한 결정은 아닌데, 수년을 몸담았던 직장을 찌른다는 행위는 상대가 잘못한 게 명확하다 해도 이쪽에 경험이 없는 사람이 선뜻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더 이상의 학교 생활은 않겠다고 했지만 또 어쩌다 다른 학교로 지원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내 평판에 크랙이 갈지도 모르는 리스크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간제 교사 지원을 하면 평판 조사를 위해 이력서에 적힌 최근 학교에 전화해서 근무태도를 물어보는 경우가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권리를 찾기로 결심했다. 올해 초에 상치했던 직업과목에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자구방법을 직접 가르쳤던 나였고, 어린이집이 끝나면 우리 집에 오는 조카를 보면서 삼촌이 비록 백수지만 받을 것도 못 받은 백수까지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이전글의 말미에 맥주와 복수라는 표현을 썼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건 복수도 아니다. 당연히 받았어야 할 내 권리를 뒤늦게나마 되찾는 정상화일 뿐이다.


근데 1정을 못 따게 한 복수심은 있긴 함.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저 학교 그만두겠습니다.(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