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도장을 이렇게 많이 찍습니까?
이 학교는 학생들이 성인인 것을 제외해도 특이한 시스템이 있다.
바로 2부제로 운영된다는 것.
성인학생 특성상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주간반과 야간반으로 구분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중학교, 고등학교로 학교급이 구분이 되고 또 추가하자면 일반 청소년 학급도 존재한다.
즉, 청소년 학급, 성인 중학교, 성인 고등학교라는 세 개의 학교급을 하나의 교무실에서 감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별된 서비스는 받는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으나 반대 입장에서는 피로도가 증가된다.
(나이스 시스템에서는 로그인 시 총 세 개의 학교 이름이 뜨며, 두 개는 겸임으로 표시된다.)
교무실이 세 개였다면 업무는 여유로웠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고, 둘 이상의 학교급을 맡으면서 주간과 야간 수업까지 넘나드는 일이 기존에 계신 선생님에게는 익숙했지만 나에게는 다소 힘들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라 나에게 할당된 과목이 총 8개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지필고사 때 시험 원안지를 8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성인중 1학년 주간 한문
성인중 1학년 야간 한문
성인중 2학년 주간 한문
성인중 2학년 야간 한문
성인고 1학년 주간 한문
성인고 1학년 야간 한문
여기다 추가로
성인중 1학년 주간 도덕
성인중 1학년 야간 도덕
이렇게 총 8개이다.
한문교사에게 도덕 수업이 왜 있느냐? 한문은 학급당 주 1회밖에 수업이 없는데, 전체 학급 수가 적었기에 나는 1주당 시수가 다른 선생님에 비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나에게 도덕까지 넘어온 것이었다. 또한 주간과 야간은 같은 과목이라도 2개의 과목 배정으로 구분되는데, 같은 시험지를 사용할 수 없어서이다.(시간대가 다르므로 같은 시험지를 사용하면 문제 유출 가능성)
만약에 한 반에 같은 과목이 1주에 여러 번 들었다면 이렇게 분배가 많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학교의 시스템과 나의 과목이 이런 경악할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숨이 막혔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열심히 텐션을 끌어올렸다. 집에서 가까운 학교였고 자칫 백수가 될 뻔한 나를 구제해 준 고마운 곳이었다. 내가 있는 자리는 이전에 계셨던 한문 선생님의 자리가 아닌 새롭게 만들어진 자리였는데 어쩌면 계약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그저 열심히 텐션을 올리며...
토끼를 그렸다...(지난 화 참조)
그리고 시험 기간마다 나는 내 이름이 출제자로 적힌 8개의 시험지에 도장을 찍게 되었다.
아, 하나 더 있다. 수행평가도 8번씩 해야 한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