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인지 시력검사인지 모르겠다.
일반적인 과목이 학교에서 실시하는 수행평가는 서술형 평가, 과제평가(2~3개 정도)를 통해 점수가 합산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학창 시절 때 숙제를 하고, 도장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도 수행평가에 해당하는 것이다. 쪽지시험도 수행평가에 해당한다.
그런데 학력인정학교는 살짝 다르다. 성인학생 특성상 숙제라는 명목의 과제를 내기가 부담스러우며, 학기 중 실시하는 서술형 수행평가는 보기 중에서 골라 쓰거나 진위를 판별하는 문제 풀이(쉽게 말해 O, X퀴즈) 정도를 벗어날 수 없다. 조금만 난이도가 올라가도 점수가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간단한 수행평가 하나로는 학기말 성적을 산출하기에 데이터가 부족한 관계로 다른 평가 요소를 끌어와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출석점수이다.
말인즉슨 얼마나 해당 교과 시간에 출석을 잘했느냐를 수행평가 점수로 매기는 것이다...! 그리고 [수업시간 전체를 결석한 경우]와 [도중에 출석하여 지각 처리된 경우]를 구분하여 두 가지 영역을 만들었다. 어찌 보면 대단한 창조력이 깃든 영역 구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생활기록부에는 어차피 출결사항이 기록되기 때문에 이를 수행평가 점수에도 반영한다는 것은 다소 억척스러운 체제가 아닌가 싶지만 워낙에 지각, 결석, 조퇴가 많은 성인학생(고령, 질병으로 아프거나 집안 사정 등등)들이라 이것도 점수로 넣어볼까요? 라고 못할 이유도 없긴 하다. 그리고 애초에 이 교무실 내 공통적인 운영 사항이기도 했다...
서술형 평가는 일반적인 쪽지시험처럼 채점하면 그만이지만, 출결점수를 매기기 위해서는 내가 들어갔던 모든 반의 출석부를 일일이 꺼내 엑셀에다가 반 별 명단 옆에 표시를 입력해야 한다. 대략 500명 정도이며, 본 과목인 한문 외에도 상치 과목을 맡는 나는 몇몇 반에 해당하여 상치 과목까지 출결 기록을 옮겨야 한다.
일반 학교라면 어땠을까? 아마 결석생 자체가 많지 않고, 일부의 튀는 학생들이 이따금씩 줄이 그일 것이다. 아니, 애초에 출결로 점수를 반영하지를 않겠지.(바로 민원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사실상 학생의 점수를 산출하기 위해 교사가 수행평가를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어느 학급이라도 모든 학생이 단 하루라도 개근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결석, 지각, 조퇴의 합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다. 출석부를 본 적 있는 사람이 이 학교의 출석부를 보게 된다면 이게 말이 되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 복잡한 기록을 일일이 펼쳐 출결점수를 입력하는데 눈은 눈대로 아프고, 학생들은 이 점수가 어떤 노동으로 산출되었는지 내막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학생들이 출석부를 볼 일은 없으니까.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이런 일도 하다보면 또 하게 되었고(여기서 나만 하는 일도 아니고), 다르게 말하면 일을 쳐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정신없이 학기의 마무리를 향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저 묵묵히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 나갈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주어진 일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나를 강화시키는 데에도 신경썼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