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출근하는 학교 선생님

그것도 매일요

by LEMO

보통 학교 선생님들은 출근시간이 몇 시일까?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통상적인 시간은 오전 8시 반이다.

사실 이는 교사뿐 아니라 일반적인 직장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출근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시간)


하지만 출근시간이 오후인 교사들도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력인정학교의 교사들이다.

나의 출근시간은 오후 1시 반까지, 그리고 8시간 근무 후 오후 9시 반에 퇴근한다.

이 기관의 굉장히 특이한 시스템 중 하나인데,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대가 세 가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1. 일반 학생(청소년)들의 등교 : 여느 학교와 같다. 그러므로 이 학생들의 담임교사나, 청소년 학급에 시수가 많은 선생님들은 일반 학교와 같은 시간에 출근한다.


2. 성인 학생들의 주간 등교 : 수업이 오후 12시 5분부터 시작이라, 주간반 담임교사 및 이 시간대에 수업이 많은 분들은 오전 10시까지 출근한다. 첫 시간부터 수업이 있다면 정오가 되기 전까지 점심식사를 마쳐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3. 성인 학생들의 야간 등교 : 학생들이 성인인 관계로 낮 시간엔 직장에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 이 분들을 위해 운영되는 시간이 별도로 존재하며, 수업은 오후 5시부터 시작이다. 야간반 담임 및 이 시간대에 수업이 많은 분들은 오후 1시 반까지 출근한다.


못 믿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 증빙자료 1부.

(아마 일반적인 학교에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다.)

나이스에 주간/야간 탭이 분리된 모습

일단 여기까지만 보면 좀 특이하긴 해도 나름 체계는 잘 잡혀있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원래 모르고 보면 그렇게 느낄 수 있는 법이니까!


가장 큰 문제는 교무실이 하나라는 것, 3개의 학교급(청소년, 성인중, 성인고)과 주야 과정을 운영하는 교무실이 하나뿐이라는 말은 포지션 고정이 힘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음악 선생님은 한 분이 계신데 음악 수업이 없는 학교가 어디 있는가? 청소년 학급에도 필요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주간 야간 할 것 없이 음악 수업은 다 있기 마련. 그러면 이 선생님은 모든 학급에 수업이 다 배정되게 된다. 워후...!


*물론 반대 개념으로 동교과 교사가 있다면 협의를 통해 연초 포지셔닝 때 어느정도 전략적인 배치 플레이가 가능할 수 있다.(나는 해당없음)


문제는 단순히 이게 끝이 아니다. 담당하는 과정이 늘어날수록 이에 딸려오는 일도 비례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수행평가이다.(학력인정학교에서의 수행평가) 그리고 차라리 예체능이라면 시험문제에서라도 그나마 자유롭지 가장 최악의 포지션이 [들어가는 학급 많음 + 그 학급의 시험문제를 만들어야 함]이다. 이것은 지지난 이야기(시험 한 번 치는데 시험지는 8장 만들라고?)에서 언급되었다.


하루 일과가 끝이 나면 하늘에 뜬 달을 보고 퇴근해야 한다. 오후 9시 반에 퇴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무시간은 8시간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겐 공평한 것으로 취급된다. 왜냐? 다른 교직원들도 8시간 근무를 했으니깐!


그러나 저녁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을 단순히 동일한 근무시간만을 기준으로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석양을 집에서 보는 것과 직장에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근무 초기 2년간 나는 주간 출근으로 소속되어 오전 10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는 나름 괜찮은 근무 시간을 가졌음에도 과목이 한문이라는 이유로 야간반의 수업도 일정량 가져와 총 시수 평균을 맞추느라 퇴근이 늦은 요일이 있었고, 당시에도 금요일은 오후 8시쯤 퇴근하였다.


좀 짠했던 기억이 있는데 좋은 직장에 다니던 친구가 강릉에 회사 제휴 호텔을 잡았다고 금요일 퇴근하고 오라길래 8시 넘어 출발했던 기억이 난다... 도착하니까 11시 30분쯤이었고 그래도 금요일에 도착했다고 감격했던(왜 그랬지 참) 기억이다.


짠했던 기억이 하나 더 있다. 원안지(시험지) 8개 만든다고 하니까 다들 내가 능력자고 돈 많이 받는 줄 알더라. 까래서 깐 거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꽤나 슬펐다.


암튼 그렇게 3년 차부터는 나에게 야간반 담임이라는 완장이 씌워졌고, 나는 억울하게도 과목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말(고정 레파토리)과 함께 실제 수업 시간표는 주간반 출근을 할 때와 같은 시수 배치로 야간 교사로 출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그때 결심할 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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