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습작노트

남산 아침 러닝

by 독당근




오늘 새벽 5시에 눈을 떠 남산으로 향했다.

아침 러닝이 오랜 시간 마음 한구석에 우겨 놓은 쓰레기 더미를 말끔히 정리해 줄 거라 믿으며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나무가 가득한 숲 속을 달리면 세상 속에서 얻은 고통을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을 거란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많은 출연자들이 검증한 꽤 신뢰도가 높은 방식이다.

하지만 달리는 내내 출근 걱정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되돌아갈 시간을 확인하고, 정직한 배의 신호에 당황하느라 온 신경을 뺏기고 말았다. 내가 원하는 그림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른 아침 땀을 흘리며 묵묵히 달리는 이 과정이 꽤 멋 질거라 기대했다.

물론 내 고민에 대해 하나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내가 반복하는 실수, 비겁한 생각, 이기적인 마음, 어리석은 행동 등 이것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불쑥 튀어나오니깐.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달리는 게 뭐라고 이 모든 걸 말끔하게 청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그리고 이 지저분한 것들이 어떻게 쿨하고 멋져 보이는 방식으로 정리될 수 있을까.

나는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쓸고, 닦고, 비우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달리기는 아마 청소할 힘을 기르는데 유용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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