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습작노트

불안

by 독당근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는지 생각해보면 그 깊숙한 심연 아래에는 불안이 깔려 있다.


알랭드 보통의 말처럼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나 역시 태어날 때부터 내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 운명에 지독하게 시달리고, 온몸으로 부딪쳤으며 한편으로는 이를 거스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살아왔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이는 누군가로부터 얻을 수도 있고 스스로 어떤 행위(혹은 성취)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어릴 적엔 전자의 방식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나에겐 혼자 설 수 있는 어떠한 능력도 없었으니깐. 하지만 스무 살, 성인이 되어 새로운 삶의 태도로 후자를 선택했다. 나에 대한 확신은 오로지 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어쩌면 앞으로 나에겐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 길이 외로울 수밖에 없을 테지만 그래도 별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해서 얻는 확신이 더욱 의미 있을거라 자신했다.

이 방식은 실제로 나를 더욱 힘 있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홀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더 독립적이고 강인하게 느껴질수록 사람들에게 내 가치를 확신받으려 애썼던 날들이 너무 나약하고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는 이전처럼 초라한 기분을 느끼지 않겠다 다짐했다.

나는 단단한 방패를 만들어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 기억이 시작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내 존재가 점점 작아져 언젠가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앞을 보며 열심히 달려왔던 지난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서울살이가 쉽지는 않지만 나는 이곳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여전히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삶을 살고 있다. 온전히 나를 향한 삶은 누구와 비교하지 않게 만들었고, 그 누구보다 나를 중요하게 여길 수 있게 했다. 누군가에게 내 가치를 확인받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 여겼기에 다른 사람 시선에 무뎌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내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붕떠 있는 기분. 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공허하다. 인간은 늘 평온한 상태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게 성숙한 태도이니까. 하지만 그게 어떤 때는 견딜 수 없이 괴롭게 느껴진다.

내가 유독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 건 나에 대한 의문이 들 때이다. 이를 촉발하는 사람이나 상황은 있을지 몰라도 이는 순식간에 내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답을 내릴 수 없는 의문만이 남아 나를 마구 흔들어 놓는다. 어쩌면 오만한 나의 태도가 이런 불안을 계속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혼자서 안정을 찾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처럼 살아야 한다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며, 누구에게도 기대지 말라고. 절대 그러지 못할 것 같다. 나는 그들을 멀찍이 떨어져 바라만 보는 방관자가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따뜻함을 경험해보고자 한다.내가 경험하지 못한건 줄 수 없으니까.


그렇게 된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내 앞에 또 어떤 삶이 펼쳐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