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생각

by 독당근


요즘 나는 '글쓰기'와 관련된 실용서적에 빠져 산다. 지난달부터 빌린 책을 세어보니 열 권이 훌쩍 넘는다. 물론 몇 권은 발췌독만 했지만 이 정도나 읽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고 혀를 내두른다. 글쓰기 자체에 집중하여 달려야 할 텐데 큰일이다. 언제까지 준비운동만 하고 있을 텐가.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며 신나게 글을 써 내려가면 좋겠지만 키보드 위에 있는 내 손은 어쩐지 확신이 없다. 글을 쓰다 지우다 반복한다. 겨우 한 문단을 채웠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모조리 지우면 다시 얄미울 정도로 새하얀 화면이 나온다. '내 글이 정말 읽힐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일까?' '혼자 할 만한 독백 같은 게 아닐까?'' 내 글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제자리만 맴맴 돈다. 글쓰기를 한 동안 쉬었을 때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 왜 글쓰기를 멈추면 안 될까? 누가 하라고 떠민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하나의 글을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과 성취감이 있지만 그게 하루 종일 지속될 정도는 아니다. 글을 쓰면 더 좋은 글을 싶다는 마음이 너무나도 커져버려 마냥 즐겁지도 않다. 오히려 조급해져 손거스러미를 뜯는 나쁜 버릇이 또 도지고 만다. 누군가 글을 읽어주면 감사한 마음이 들지만 동시에 더 잘 쓴 글을 보여줄 수 없어 아쉬움이 씁쓸하게 남는다. 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글을 계속 써야 할까?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못하는 건 글을 쓰는 것만큼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작업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나를, 흔들리기 쉬운 이 마음을 글쓰기는 단단하게 잡아준다.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내가 했던 순간의 말 한마디, 움직임 그리고 감정이 글쓰기로 인해 차분히 가라앉고 정돈된다. 애써 외면하고 싶은 수치스러운 순간 그리고 도망가고 싶은 비겁한 마음까지도 '모두 다 괜찮아'하며 따스하게 감싸준다. 나는 글을 쓰는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싶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까지도 깊이 이해해보고 싶다. 그건 어쩌면 위로받고 또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과 관련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글쓰기가 아무리 나를 괴롭게 할지라도 계속해나갈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아직은 불완전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수준 높은 글을 쓰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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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 중에서 저에게 가장 좋았던 책 세 가지를 골라 봤습니다. 글을 쓰시는데 도움되시길 바랍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마에다 야스마사 <진짜 한 줄도 진짜 못 쓰겠는데요>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