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빠는 욕구가 강해서 조리원을 나가자마자 쪽쪽이를 활용하라는 조언을 들었었고 정말이지 잘 활용했다. 시도 때도 없이 아무거나 주워 먹고 빨아대는 것보다는 차라리 안전한 실리콘 소재의 쪽쪽이를 빠는 게 낫다 생각했고, 그래서 거의 항상 쪽쪽이를 목에 걸어주었다. (미니 손풍기의 쓰지 않는 스트랩을 활용하면 된다.)
어린이집에서 전염병의 온상 역시 쪽쪽이로 일부라도 입을 틀어막아 덜 돌려 빨기를 바랐고, 실제로 그 덕인지는 몰라도 초반부터 0세 반 다른 아기들이 돌아가며 계속 감기에 걸려 결석을 하는 동안에도 3달이 넘도록 감기 한 번 안 옮아 왔다.
만 1세도 되기 전부터 마스크를 씌우는 데에도 쪽쪽이는 큰 공헌을 했는데, 쪽쪽이를 문 상태에서 마스크를 끼면 마스크를 계속 빨아먹으면서 침 범벅으로 만드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고, 쪽쪽이에 정신이 팔려서인지 안정감을 느껴서인지는 몰라도 마스크의 답답함에 덜 집중하는 것 같아 또래 아기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잘 못 낀다고 하는 월령부터 잘 끼곤 했다.
잠을 재울 때에 쪽쪽이는 특히 더 큰 힘이 되었다. 울 아기는 좀 예민한 편이라 통잠을 자는 일이 지금까지도 정말 잘 없고 중간에 꼭 깨는 일이 다반사이다. 자다 깨서 울 때마다 쪽쪽이를 얼른 물려주면 평온하게 다시 이어서 잘 자서, 정말 수면에 있어서도 뗄 수 없는 필수품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생 쪽쪽이를 물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언젠가는 끊어야 할 때가 올 텐데 그때가 언제인가 하는 의문은 계속 있었다. 돌 기념으로 독하게 아기 보는 앞에서 쪽쪽이를 잘라버리는 의식을 한다는 사람도 보았고, 돌 전에라도 일부러 며칠 울려서라도 끊게 하는 것도 보았지만, 나는 이 역시 아이가 심적으로 쪽쪽이가 필요한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언젠가 더 필요가 없어지면 알아서 찾지 않게 되지 않을까? 아이를 또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울 아이는 만 16개월이 되니 거짓말처럼 더 이상 쪽쪽이를 찾지 않는 것이다! 낮에는 물론, 밤에도 물려주면 굳이 빼버리고 뱉어버렸다. 며칠간의 변덕인가 하고 간격을 두고도 테스트를 해보았지만, 더 이상 쪽쪽이를 물지도 찾지도 않는 것을 재차 확인하였다. 그러고도 2주가 지났다.
역시나 아이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덜 필요한 것들을 귀신같이 아는 것 같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어른들이 기존에 세워놓은 원칙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치려들어도, 결국 '일반적인 원칙들은 개개인의 성장 속도 편차와 기질적인 차이를 결코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아이를 믿어주고 느긋이 기다려준다면 아이는 자기 속도대로 자신의 발달 과업을 이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어리더라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배워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인생에서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행복하게 초보 육아를 한 경험을 "육아, 겁내지 말자"라는 책으로 최근 펴냈고, 현재 yes24, 알라딘, 인터넷 교보문고, 유페이퍼에서 종이책 또는 전자책으로 구매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