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명물고기 Jan 07. 2020

피드백의 다양한 얼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

한 때 오지랖 넓은 경험을 몇 번 하고 나서, 누구에게든 물어보지 않은 피드백 따위는 안 하며 살기로 했던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칭찬의 말이 아니고서야, 딱히 상대방에게 본인에 대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궁금하더라도 받아들일 용기는 누구에게나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것을 피차 서로 알기에 실제 피드백을 요청받더라도 초긍정적인 커멘트 외에는 진짜 뼈가 될만한 피드백은 굳이 꺼내려하는 자도 드문 세상이다. 하지만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애정 어린 피드백을 받은 경험, 나 잘되라고 뼈와 살이 되는 조언을 받은 감사한 경험들이 있다. 반면, 악의를 가진 피드백을 받았지만 나 스스로 좋게 소화시켜버린 적도 있다. 우리는 비슷한 행동을 하더라도 누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하는지 진심을 너무도 잘 게 된다.



1. "정말 잘했어! 하지만 난 네가 더 잘를 응원해!"


나도 상대방도, 참석한 대부분의 의사 결정권자들도 만족스러워 보이는 프레젠테이션을 막 끝낸 상황이었다.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널뛰기할 수밖에 없는 외부의 평가보다 스스로에게 떳떳한 게 가장 중요한 나는, 그날 발표를 다 끝내고 난 뒤 기분이 괜찮았다. 그건 분명 그간 나의 노력을 제대로 공개적으로 광을 팔 수 있는 기회였고, 그 기회를 준 팀장에게 감한 마음이었다. 팀장은 발표가 끝나자마자 나를 바로 따로 불러서는, 역시나 아까도 이미 공개적으로 말씀하셨듯이 오늘의 발표는 매우 좋았다고 칭찬을 시작한다. 매우 구체적으로 "여태까지는 이러한 수준으로 우리 내부 상황까지 준비한 발표자가 없었고, 부사장도 이 정도의 반응이면 아주 인상 깊게 봤다는 뜻"이라며 왜 좋았는지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니, 그냥 으레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보여준다.


그러고 나서는 "그런데.. 다음번에는 참석자들을 고려하여 마치기 전에 관계자들의 공을 함께 좀 치하해 주며 마무리한다면 정말 더 좋을 것 같다."라고 살짝 덧붙인다. 아.. 내가 처음에 생각해 둔 포인트였는데 나도 시간 맞춰 빠르게 종료를 하다 보니 놓쳤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굳이 본인이 겪었던, "남의 공을 치하하지 않아서 삐짐/질타를 받고 곤란했던 실제 경험"을 깨알같이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일개 팀원인 내게 피드백을 하면 그만이지, 굳이 본인의 허점이나 지난 과오를 공개할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까지 얘기를 해주니 그분의 진실된 애정이 느껴졌고, 그 피드백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를 더욱 크게 느끼고 오래 되새길 수 있었다.


2. "너를 이해해. 하지만 너도 그러면 안돼."


나는 이 선배가 나보다도 얼마나 깐깐한 원리원칙주의자에 개념을 중시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선배가 가끔 내게 그랬듯이 나도 상식 밖의 상황을 겪을 때 불러내어 잠시 바람을 쐬면서 토로를 하였다. 내게 상식 밖의 사람은 이미 이 선배의 레이다망에도 걸려 있고도 남았고, 거슬리는 부분에 대해서 선배는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본인이 겪은 다른 더 심한 경우까지 먼공유하면서 그는 공감을 했으나, 그러고 바로 정색을 하면서 "그래도 너도 그렇게 대응하면 안 된다."라고 약간은 질책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냥 내가 그랬듯이 절대적인 공감과 지지만을 기대했었는데 솔직히 살짝 당혹스럽긴 했으나,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 인간이 꼰대인 것은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래서 네가 번에는 운 좋게 똥을 피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베스트는 아니었다. 만일 네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또라이까지 끌어안고도 그걸 더 잘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 모면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보다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거야." 나는 굳이 내 정신적 평화를 그 정도로 희생해가면서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 항목이 아니었다고 이미 계산을 끝냈고, 그 판에서 스스로 벗어날 능력도 되었기 때문에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지만 그 선배의 쓴소리도 분명 일리는 있었다. 그리고 "네가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 역시 너의 평판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마라. 특히 네가 휴직에서 돌아올 때에는 누구에게 평판 조회가 들어갈지도 모르고, 만에 하나라도 우연히 그게 그 사람일 수도 있는데 척을 져버린다면 네게 득 될 것이 전혀 없겠지." 정신이 번쩍 드는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3. "난 네가 싫어. 그렇게 살지마."


익명의 평가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익명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누가 쓴 것인지 알아내는 것은 너무 쉬웠다. 내가 좋게 보고 있던 후배는 내가 그녀를 보는 것 이상으로 나를 모든 면에서 훨씬 좋게 평가해주었고, 여우 같아경계를 하고 있던 후배는 역시나 매우 냉정하고 못마땅하게 평가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내가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부족한 점으로 언급을 하였다. 당시에 나는 그 사실이 너무도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 부분에 대해 조금이라도 자신이 있었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으며, 내 인지 체계가 객관적이지 않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막막한 지경이었다. 지어 그녀가 언급한 부분은 내가 그녀에게 못마땅했던 부분이기도 하여, "그러는 자기는?!"이라 억하심정마저 드는 기분이었다. 


내가 결과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기분이 좀 나쁘더라도 는 기본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솔직히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동안 그 내용을 묻어 두었지만 일부러 프린트까지 해서 별도로 보관해두었다. 리고 그런 상황이 올 때마다 그녀의 피드백을 곱씹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기며, "관점에 따라서는 누구나 누구에게든 꼰대가 될 수 있겠구나"를 잊지 않으려 했다. 와신상담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 년 후에 그 종이를 다시 찾아서 꼼꼼히 읽어보았다. 이제는 그 피드백들이 더 이상 그때처럼 아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난 여전히 그녀는 분명히 '잘되라고'가 아니라 '이런 평가로 당해 '마음으로 구구절절 피드백을 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난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를 한 번이라도 더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 이제는 그때의 기회가 오히려 고맙게 다가온다.




피드백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애정이 있고 서로가 그 관계를 신뢰하고 있을 때 하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상대에게 애정이 없는 상태에서 한다면 싸우자는 얘기가 될 수도 있고, 상대방에게 해를 가하려고 한 피드백이 나처럼 승화되어 오히려 상대를 더 개선되게 만들어버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이왕이면 나도 누군가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묻지 않아도 진심 어린 건설적 피드백을 조심스레 먼저 건넬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용기를 감사할 줄 아는, 발전적이고 건강한 사람들과 서로 좋은 피드백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가 되기 전 준비할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