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명물고기 Dec 16. 2019

리더가 되기 전 준비할 것들

매우 주관적인 세 가지 자질

주어진 분야에서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아서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가다 보면, 그리고 운도 어느 정도 따라 준다면 언젠가 공식적인 리더의 자리를 맡게 되는 일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이들 간과하는 것은, 리더가 되기 전까지 필요했던 그 '인정'기준이었던 '좋은 실무진의 자질'과 막상 리더가 되었을 때 '추가로 필요한 자질'은 몹시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스로 그 점도 꾸준히 염두에 두고 별도로 준비를 하거나 운 좋게 태생적으로 좋은 리더의 자질을 타고난 것이 아니었다면, 막상 그 자리까지는 갔는데 최고의 실무진이었던 사람이 최악의 리더가 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나도 그런 상황이 온다는 가정 하에서 리더에게 가장 필요할, 그리고 내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 보는 중이. 



1. 가장 기본이 되는 바탕 자질: 학습력


다년간 조직 생활을 하면서 갓 리더로, 혹은 더 상위 등급의 리더 레벨로 승급하게 되는 일을 목격하는 경우가 쏠쏠히 많았는데, 일단 그 변화의 직후 한동안은 누구든 공통적으로 멘붕의 시기를 가지게 되는 것을 보았다. 그 시기를 얼마나 여유 없이 보내느냐 또 얼마나 길게 가져가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학습 능력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입장에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어떠한 한 분야에서 탁월하게 잘 해왔다고 해서 다른 분야까지 아는 것은 절대 아닌데, 졸지에 자기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 쏟아온 분야만큼의 수준으로 다른 것까지 커버를 해야 하는 상황이 한순간에 닥치는 것이다. 실무 시절에 다양하고 넓은 분야를 이미 직접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면 다행이겠지만, 보통 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라고 눈에 띄게 인정받는 경우는 한 우물만 팠기 때문일 때가 많다. 자기 우물을 파는 동안에도 두루 주변의 업무와 돌아가는 상황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시간들이 쌓인다면, 막상 갑자기 더 넓은 것들을 내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 왔을 때 더 빠르게 학습하고 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장 주어진 일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평생 배우는 습관을 들인다면, 어떤 새로운 영역이나 전혀 다른 업무까지 담당하게 되더라도 금방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길러져 있을 것이다. 학습력의 수준이 리더로서의 수명 결정짓는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자질이라고 생각된다.


2. 노력이 가장 필요할 자질: 포용력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도 일을 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리더가 된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일을 하고 마는 정도가 아니라,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미운 상대도 어떻게든 움직여서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만 한다. 어찌 보면 가장 이상적인 리더십이, 사사로운 호불호의 본인 감정을 티 안 나게 깔끔하게 지우고 어떻게든 대승적 목표를 아름답 잡음 없이 달성하는 것이다. 본인은 항상 최선을 다하지도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고 불만만 많 부류 이해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함께 엮일 때엔 분노를 종종 느끼기도 하는 나는, 그런 부류마저 팀원으로 마주했을 때 어떻게 포용하고 보듬을 수 있을까가 큰 과제라고 여겨진다. 나만 잘하면 되던 때를 넘어서고 나면, 이제 내가 아무리 혼자 잘해보려 해도 별의별 남의 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결코 제대로 완성하지 못할 과제가 부여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매사에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호불호가 뚜렷한 나와 같은 성격에게는 포용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 내면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분명히 있다. 스스로를 무뎌질 때까지 갈아내던가, 아니면 무뎌짐을 완벽히 가장하거나.


3. 효율적 조직 운영의 바탕: 유연성


사람은 인간적이고 참 좋은데 같이 일을 하면 아랫사람들이 업무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는 유형이 있다. 그들 중 일부는 학습력이 부족하여 여러 실무진많은 일들을 아무리 노력해도 소화하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물론 있다. 한편, 그런 경우가 아닌데도 의욕은 너무 앞서고 고지식해서 힘든 경우도 있다. 폭탄처럼 위에서 굴러내리는 과제들을 '팀의 전력을 다해 잘 해내야 할 ', '그 자리에서 기민하게 방어를 해서 가볍게 쳐낼 일', '적당한 수준에서 넘기거나 뭉갤 일' 등으로 빠르고 올바르게 판단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한정적인 리소스(팀 내 인력 구조)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유능한 리더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리더는 업무별 강약 조절, 개인적인 방어나 임기응변과 같은 유연성/순발력이 부족하여 팀원들에게 모든 상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 요구하고, 쓰일 리도 없고 안 해도 될 일까지 일단 다 시켜 업무량만 무한대로 늘어나게 만들기도 한다. 임기응변력, 민첩한 판단력과 같은 것들은 궁극적으로는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일하는 능력'의 다른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스스로의 시간이나 노력을 얼마큼 소모하든 좋은 결과만 내면 큰 상관이 없던 때를 넘어서, 이젠 업무 효율성이 일개 개인을 넘어 수많은 팀원들의 시간과 노력 담보 하기에 리더라면 그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나도 개인적인 과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아웃풋을 낸다면 '훨씬 더 많은' 인풋이라도 종종 투여하는 편인데, 조직 전체 행복까지 고려 변수가 될 때가 온다면 현명하고 유연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잊지 않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일찍 일찍 가는 트랙을 밟는 사람들이 간혹 부러울 때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뭐든지 나홀로 앞서가는 것보다는 남들과 비슷하게, 대신 제대로 '잘' 가고 있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준비 없이 올라가서 스스로도 괴롭고 남들도 괴로운 시행착오 기간을 오래 겪는 것보다, 안팎으로 진정 충분히 준비되었을 때에 차곡차곡 외롭지 않게 올라가는 것이 좋겠다. 어차피 나의 목표는 일찍 은퇴하는 게 아니라 '오래오래 즐겁게' 일하는 것이 니던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