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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물고기 Oct 16. 2020

파이팅 넘치는 하루의 시작 루틴

별 것 아닌 듯 별 것인 그것

올 해의 특수한 전 지구적 상황에 따라 한 두 번이라도 재택근무를 체험해보게 된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올해는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재택근무'인 육아를 전업으로 하게 되면서 100% 재택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재택근무라는 것을 짧게라도 경험해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정기적으로 출퇴근을 하지 않음으로 해서 자기 관리의 영역이 약간은 느슨해지는 부분이 생기기 쉬운 것 같다. 그래서 코로나 확진자는 아니지만, 코로나로 인해 '확 찐자'(살이 급격히 찐 사람)이 되었다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많았다. 나 역시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과업인 육아를 하면서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어도, 당장 누가 볼 사람이 없다고 해도, 스스로를 놓지 않기 위해서 아침마다 자신을 챙기는 루틴을 정하고 나름대로 잘 이어오고 있다.



1. 눈 뜨자마자 꼼꼼히 세수를 한다. (2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육아라는 시간의 섬에서 허덕이면서 간과하는 경우도 은근히 많은 것 같다. 조리원에서 마사지 실장님 왈, "산모들이 세수를 안 한다"며 세수만 잘해도 피부 관리의 기본은 한다고 하였다. 실제로 조리원 생활이 계속 더운 실내 온도에 땀에 쩔어 있고, 밤낮없이 같은 조리원 복을 입고 생활하다 보니 (땀과 젖에 찌들어 하루에 두세 번씩 갈아입어도 계속 같은 옷이니..) 마치 2~3주간의 찜질방 생활과 같이 샤워할 때 아니면 딱히 세수를 챙겨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어 아침에 눈뜨고 밤에 자기 전에는 누가 보건 안 보건 상큼한 세안을 빠뜨리지 않는다. 노폐물을 수시로 씻어 내는 것이 피부 관리의 기본 중에 기본 아닌가.


2. 화장품을 치덕치덕 과할 정도로 발라 준다. (5분)


원래 나는 대부분의 것에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듯이 화장품도 최소한의 것만 바르는 사람이었다. 화학제품 많이 발라봤자 건강에 딱히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화장품이 그래 봤자 피부에 얼마나 흡수될까 싶어 딱 스킨 후 로션 혹은 크림 중 하나만, 그리고 생각나면 에센스나 오일 정도 추가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역시 들었던 대로, 출산 후에는 예전과 피부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바르는 족족 쫙쫙 다 먹어버리고 금방 건조해지는 것이, 수유를 하니 더욱 수분과 영양이 빼앗기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그래서 이제는 효율이고 자시고 1 단 프로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과할 정도로 부어서라도 회복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고자 하는 마음에 스텝을 엄청 추가하여, '부스터+스킨+에센스+로션+수분크림+오일'까지 완전히 듬뿍듬뿍 발라준다. 그렇게까지 해도 출산 전보다 늘 더 건조하고 푸석한 상황이라 신경 써서 수면 팩과 마스크 팩도 종종 해준다.


3. 머리를 단정히 다시 빗고 묶는다. (30초)


평소에는 너무 기본적인 사항들이라 쓸 것조차 없는 일들인데, 집에서 보는 사람도 없고 24시간 밤낮없이 풀 가동 체제로 살다 보면 맺고 끊음이 없어지기 십상이다. 새로운 아침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나의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고객'인 우리 아기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마음으로 단정히 다시 머리를 빗고 깔끔하게 묶어 넘긴다. 아기가 아침에 눈 떠서 보는 엄마의 얼굴이 흐리멍덩하기보다는 깔끔하고 기분 좋은 상태였으면 한다. 잔머리 없이 빗어 올리고 나면 내 기분도 단정 해지며 파이팅하는 마음이 다시 솟는다.


4. 옷을 갈아입는다. (1분)


조리원에서 그랬듯이 어린 아기를 돌보는 전업 육아에서 계속 필요한 복장의 형태는 '편한 실내복 + 젖 주기 좋은 복장'이다 보니 사실 잠옷이나 뭐나 딱히 구별이 안 가지만, 조리원 퇴소 후 집에 복귀한 날부터 출근하는 마음으로 아침에는 반드시 갈아입는다. 꼭 외출복일 필요는 없지만 츄리닝이나 좀 더 편한 복장이더라도 분명히 그 상태로 외출을 해도 크게 부끄럽지 않을 옷으로 구분해서 갈아입는다. 잠옷은 잠자리에 들 때만 입는 옷으로 명확히 분리한다. 밤에 아무리 아기와 씨름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잤더라도 낮에도 계속 좀비모드로 끝없이 반복하지 않기 위한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5.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2~20분)


아침에 물을 끓이는 동안 TV로는 CNN이나 CNBC를 틀고, 태블릿을 열어 유튜브에서 오늘의 시작 운동 항목을 정한다. 미지근하게 맞춘 물을 한잔 하고는 가장 뻐근한 부위의 스트레칭 홈트 영상을 따라 한다. 물론 내게 한꺼번에 길게 시간이 주어질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짧게는 2분 이내~길게는 15분까지 하는 짧은 단위의 영상들을 부위별로 저장해둔 목록이 있다. 나는 아직도 밤중 수유를 하기에 대부분 아침에는 어깨와 허리가 아픈 상태라 그런 영상을 주로 먼저 하고, 혹시라도 아기가 시간을 더 주면 골반 운동이나 폼롤러 스트레칭 등을 이어서 하기도 한다. 대부분 끝까지 하기 전에 아기 알람이 울려 달려가게 되지만.



막상 쓰고 보면 민망할 정도로 정말 별것 아닌 기본 중의 기본 루틴이지만, 출근이나 딱히 외출 계획이 있지 않는 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해이해지고 건너뛰기도 쉬운 일들이다. 각 항목 옆에 써 둔 것처럼, 사실 시간은 정말 얼마 안 걸리는 것들인데 마음을 먹느냐 안 먹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물론 저렇게 짧은 시간들이지만, 아기가 언제 일어나서 또 자지러지게 울지도 모르고 중간중간 시간 손실이 반드시 있기에 연속적으로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럴 때는 위의 스텝들을 중간에 끊고 수유든 기저귀 교체든, 아기 다시 재우기든 할 일을 먼저 하고 다시 덜 했던 스텝으로 돌아간다. 오전 중에는 무조건 저 5가지 스텝(일명 '파이팅 넘치는 하루의 의식')은 하루도 빠짐없이 완료하는 것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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