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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물고기 Dec 18. 2020

조직에서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이유

인사 시즌의 단상

연말이 되면 직장인들의 사내 메신저는 몹시 더 분주해진다. 누가 올라가느냐 옷을 벗느냐 각종 썰들이 난무하고 그에 따른 조직 변경안이 1안 2안 3안 등등 추측성 혹은 희망성 시나리오도 난무한다. 올해 나는 휴직 상태로 약간은 거리감을 두고 관전을 하였지만, 역시나 매년 말의 풍경은 그리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이제는 조직에서 허리 이상 되는 짬밥이 되고 보니, 좀 더 어릴 때에는 의문을 가지던 여러 결과들이 이제는 에구 또 그러려니 하게 되는 것도 있고, 역시 그러면 그렇지 하게 되는 것도 있다. "똑똑하고 유능한 저분을 두고 어째서 저 인간이?" 꼭 이런 케이스가 항상 있는데, 왜 조직에서는 그런 일들이 늘 발생하는지 조금 더 심층적으로 생각해본다.



1. 호랑이 새끼는 키우지 않는다


팀장이나 임원 정도의 레벨로 승진을 하려면 자신의 직속 상사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그 정도 레벨에서는 피평가자는 후배임과 동시에 가장 위협적인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에 언제든 자신을 밀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왕이면 같은 레벨의 피평가자 중에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 그리고 업무력이나 사내 영향력이 너무 막강해서 금방 나를 대체하고 뛰어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밀어주게 된다. 결과적으로 정작 훨씬 유능하던 사람이 버려지고 딸랑거리며(?) 사탕발린 소리로 자신은 등 뒤에서 칼을 꽂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던 사람이 선택되게 되는 속사정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호랑이 새끼는커녕 그냥 깜냥 자체가 역부족이어서 선택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신이 호랑이 새끼여서 선택되지 않았다는 착각에 기반한 자기 위안은 자유다. 누구도 본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려우니까.)


2. 억울한 호랑이 새끼의 선택지


상사는 결국 자신이 가진 최고의 카드를 밀어주지는 않았지만, 본인 성과를 위해서는 이 카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 경우, 상사는 그럴듯한 변명과 기약할 수 없는 다음을 들먹이며 희망고문을 적절히 병행하며 다시 그 최고의 후배를 아주 잘 빼먹는다. (그래야 자기가 살아남으니.) 물론 이 후배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거나 분하지만 선택권이 별로 없다. 그 정도 연륜이 될 때까지 조직에서 차곡차곡 쌓아둔 좋은 평판을 쉽게 버리고 당장 다른 곳으로 가기도 애매하고, 결국은 내년에 또다시 이 상사에게 평가를 잘 받으려면 다시 또 고개를 바짝 숙이고 열심히 써포트 해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더 안타까운 경우는, 심지어 진심으로 착하고 겸손하기까지 해서 자신이 견제당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부족해서 그런 결과를 맞게 되었다고 믿고 자책하는 경우이다..


3. 운 나쁘게 걸린 나쁜 인간 상사


나쁜데 심지어 양심마저도 없는 상사는, 유능한 아랫 직원을 밀어주기는커녕 자신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유능한 카드를 업무적으로 퇴보시키는 짓마저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후배가   전이나 하던 업무를 다시 시키거나, 누가 봐도 뻔히 망해가는 조직에 구원투수라는 말도  되는 명목으로 당근 하나  쥐어주고 쉽게 보내버리는 일도 목격했다. 그간의 히스토리를 보면 누가 봐도 징계는커녕 보상을 해줘야  그런 상황에 말이다.  모든 것은 후배 개인의 성장이나 발전을 도와주려는 목적은 전혀 없고, 단지 자신의 성과를  만들어내기에만 최적화된 선택을 매번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 특히나 올라갈수록 상사는 내가 선택하기가 힘들다.  나쁘게 그런 사람을 만나 오도 가도 못하는 운명이 된다면,  상사가 언젠가 빨리 정리되기만을 기다리며 버티는 것이 정답인  같기는 하다. 언젠가는 혹시라도 빛을  날을 도모하며.



 '초격차'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은 먼저 직속 임원이  자신의 동기 밑에서 무려 8년간을 버텼다고 한다.  정도로 버틸  있는 멘탈이 있었기에 사장의 지위까지 올라가서도 오래 후배들의 고충도 이해하고 두루 존경받는 거인이   있었을  같긴 하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타이밍  여러 가지 요인도 고려해야  것이, 갑자기 3 경영인으로 7X 생이 회장으로 왔다며  나이 이상 되는 사람들은 일괄 전체적으로 정리된다거나 등등 생각지도 못한 외부 변수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임원이라는 별을   있는 확률이 0.8%라던가. 그건 단지 겉으로만 보는 숫자만 넣었을 때에 얘기이고, 이런 내부적인 속사정까지  감안한다면, 실력은 그야말로 극히 일부의 요인이고 정말 너무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여 기댓값 0으로 수렴하는 고도의 복잡계 함수 정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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