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서 엄마 젖을 찾고 빠는 것을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다 알고 태어나는 것처럼, 모유 수유란 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가 아니겠는가. 인간이 커가면서 더 이상 모체의 젖이 아닌 외부의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고형식 음식을 먹으며 생활을 하게 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 역시 에너지 효율적인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것인데, 생각보다 단유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만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요즘은 출산 100일 전후로 단유를 계획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지만, 나는 그렇게 딱 숫자로 정해놓고 어느 순간 맛이 없게 하거나 갑자기 안 주면서 울려 그간 포근함을 주던 젖과 막판에 안 좋은 기억으로 이별을 하기보다는 아이의 심정적인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자연스럽게 단유를 진행하고 싶었다. 완모(모유 수유만 하는 것)든 완분(완전히 분유만 수유하는 것)이든 중간에 아이가 선택한다면 어떤 쪽이든 미련 없이 그 선택을 지지해 주고 싶었다. 물론, 가능하다면 혼합수유(모유 수유와 분유 수유를 번갈아가면서 하는 것)를 진행하는 것이 외출이나 통잠 등에서 더 좋을 것 같다는 일말의 기대감은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우리 아이는 100일을 기점으로 명확히 모유를 선택하고야 말았다. 어느 순간 분유든 유축한 모유든 내용물과 상관없이 매체(젖병)를 완강히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1. 젖병과 다시 친해지게 하기
6개월이 지나고부터는 언제든지 단유를 할 준비가 (나는) 되어있었다. 하지만 아기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굳이 가장 좋아하는 젖을 억지로 떼지는 않지만, 어느 시점에 단유를 하게 되어도 수유에 급격한 지장이 없도록 젖병과 다시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 아기는 5개월에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거버 파우치도 간식으로 가끔 주면 무리 없이 잘 빨아먹어 빨대 컵도 일찍이 사용했지만 일부러 물을 젖병에도 종종 주었다. 목이 마르니 언제 젖병을 거부했냐는 듯이 꿀떡꿀떡 잘도 받아먹었다. 그 이후로 자다가도 밥 먹다가도 목마른 것 같으면 젖병에 물을 계속 먹는 습관을 만들었다. 중간중간 분유도 한 번씩 넣어줘 봤는데 역시나 이제는 더 이상 젖병 거부가 아니어도 분유를 확실히 거부하였다.
2. 젖 집착기가 오다
단유를 계획해서 진행한다면 영양적으로는 수유 필요량이 최대치를 찍는 6개월이 지나고가 좋을 듯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돌까지 먹이고 이유식이 주식이 될 때에 간식처럼 간간이 주다 점점 끊는 것인 것 같은데 시간이 점점 갈수록 젖에 친숙해지는 것도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심정적으로는 끊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 사이에 끊게 된다면 언제가 되어도 좋을 것 같았는데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이 준비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8~9개월 즈음부터 끊을까 하고 아이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이유식을 하면서 젖에 흥미가 떨어지기는커녕 집착이 더 심해져만 갔다. 심지어 10개월에 들어서니 밤이고 낮이고 시도 때도 없이 젖을 찾고, 커진 몸에 비해 젖량이 부족해 한번 먹어도 충분히 못 먹으니 금방 배고파져 더 자주 찾아 신생아 시절처럼 수유 패턴도 내 생활도 엉망이 되었다. 심지어 이유식 두 끼 만들어 한참을 먹이고 중간중간 수유를 자주 하다 보니 하루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이상적으로는 모유는 수유 텀을 딱딱 정해놓고 주기보다 배고플 때마다 젖을 물리라는 얘기가 있고, 어른도 시간표에 맞춰 소화가 되기보다는 활동량이나 식욕 등에 따라 배가 더 고플 때도 덜 고플 때가 있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욕구불만의 아기를 만들기보다 그때그때 충족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심한 집착기가 한동안 2주가량 오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충족이 된 것인지 그 뒤로는 미련 없이 깔끔하게 끊게 되었다.
이것이 10개월 아기의 모유 수유 패턴이라니..
3. 마음의 준비를 하다 하루아침에 끊다
젖 집착기가 오기 전부터도 수유를 하며 아기에게 계속 얘기를 해 주었다. "지금은 이렇게 먹지만, 이제 쭈쭈와는 곧 이별을 할 거야. 이런 시간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아기도 분명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이제 곧 자신에게 가장 큰 위안을 주던 쭈쭈와 이별이라는 것을 알고 본능적으로 막판에 그렇게 집착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렇게 2주간을 신생아보다 더한 느낌으로 시도 때도 없이 젖을 먹다가, 내가 고열로 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있게 되자 단 한 번을 보채지 않고 정말 쿨하게 분유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서서히 모유 수유 양을 줄이거나 간격을 인위적으로 늘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신기하리만치 하루아침에 그렇게 단유를 하게 되었고, 그 뒤로도 두 달이 지난 지금도 한 번도 다시 찾지를 않았다. 뭐든지 자신의 욕구가 충분히 충족이 되면 미련이 없는 것이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마찬가지인 듯하여 신기했다. 완모를 10개월 이상 하다 끊으면 내가 더 아쉽지 않느냐고도 하는데 그 역시도 그럴 것이 없는 게, 나도 충분히 할 만큼 했다는 생각에 미련도 아쉬움도 전혀 남지 않았다.
모유 수유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밤중 수유만이라도 별도로 좀 끊어보려는 노력을 했었다. 아기가 자다 깨면 바로 젖을 물리지 않고 순서대로 먼저 1) 토닥여보고 2) 쪽쪽이를 물려보고, 그래도 안 들으면 3) 물을 먹여보고, 그래도 아니라고 거부를 하면 그제야 4) 젖을 물리는 방법으로 실제로 배가 고파서 깨는 것이 맞는지를 계속 확인해 보았는데 늘 거의 정확히 3시간 정도가 되면 깨서 반드시 4번까지 갈 수밖에 없었으므로 배가 고파 깬 것이 맞았다. 단유를 하기 위한 시기의 마지노선을 내가 복직 1개월 전(아기 11개월 차)으로 정했던 이유도 단유를 하기 전까지는 밤중 수유로 인해 정상인의 수면을 취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복직 1개월 전에는 확실히 정상 수면으로 복구하면서 컨디션을 일반인으로 만들어놓아야 할 터였다. 그러나 이 계획도 너무 야심 찼던 것으로 후일 드러났는데, 우리 아이는 단유 후 2개월이 다 되어도, 깨는 간격은 좀 늘어나긴 한 것 같지만, 제대로 통잠을 잔 날이 많지 않다. 아직도 중간중간 깨던 습관 때문인지, 그 사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환경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아 수면 변화가 생긴 것인지 몇 번은 하루에 한 번 정도만 깨고 잘 잔다 싶더니 다시 밤새 4번 정도는 깨는 일상이 지속되고 있다. (서적 등을 찾아보니 돌을 전후하여 환경 변화 없고 잘 자던 아기들도 자주 깨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지금은 중간중간 깨도 쪽쪽이만 물리면 바로 다시 잠들기 때문에 분명히 그전과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