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 Tech Insight Program 유니크월드
안녕하세요, 유니크월드입니다.
<뇌, 나, 인공지능>라는 주제로 유니크월드 시즌2의 시작을 멋지게 열어주신 김대식 교수님이십니다. 연사분들 중 유일하게 2회 강연을 맡아주신 김대식 교수님의 연강으로 2회차가 이어지는데요. 2회차는 김대식 교수님께서 더더욱 특별히 유니크월드만을 위한 주제로 <21세기를 위한 로마제국> 강연을 준비해주셨습니다.
강연 연사에 대해 조금 더 이해가 있을수록 강연을 수용하는 깊이도 깊어진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번 게시글은 김대식 교수님편으로, 이 게시글만 보면 '나도 김대식 교수님을 안다' 할 정도의 최신 자료들 중 핵심 자료들로 추려보았습니다. 아는 만큼 들리고, 보인다!
1. 인터뷰 <'위대한 인도'라는 거대한 역설>_김민희의 심터뷰
2. 인터뷰 <챗GPT가 인류에 보내는 경고>, <우리가 끝끝내 지켜야 할 인간다움이란>_topclass
3. 도서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o 주요 연구분야
뇌과학, MRI, AI, 생성형 인공지능, LLM
o 주요경력
독일 Max-Planck-Institute for Brain Research 뇌과학 석사, 박사
미국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 Postdoc
미국 보스턴 대학 부교수 & Center for Biommedical Imaging 소장
역사는 100m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에요.
다양한 인종, 종교, 아이디어를 가진 집단이 유리합니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공존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는 순간,
엄청난 에너지가 생기거든요.
“저는 눈물이 없는 사람이에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안 울었을 정도로. 그런데 무굴제국 시대의 수도인 아그라에 간 날, 밤에 울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근사한 건축물로 꼽히는 타지마할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도시 전체가 슬럼이에요. 사람들이 곳곳에 누워 있고, 아니, 누워 있다기보다 널브러져 있다고 해야 하나? 희망도 의미도 없이, 생기도 힘도 없이 누워 있어요. 옆에서는 동물이 똥을 싸는데 아기는 그 물을 마시고요. 그걸 본 날 밤, 괴로운 꿈을 계속 꿨습니다. 지옥 같은 데를 다니는 꿈. 일어나 보니 베개가 흥건했어요. 그날 한 PD님도 악몽을 꾸셨다고 하더라고요."
인도에서 거대한 질문과 답이 쌓여 철학의 뼈대를 이뤘다고 볼 때,
인도인들이 근본적인 질문을 품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삶이 굉장히 즐겁습니다. 에어컨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행복하거든요. 그런데 인류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 늘 구원자를 기다리고, 이승보다 저승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왜 부처님은 생로병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세상을 마음에 안 들어 했는지 오늘날 사람으로서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인도에 다녀와서 이해가 되더군요.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조건을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을 대하고보니, 칼 야스퍼스가 말한 축의 시대*가 떠오르면서 이런 사고를 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축의 시대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고안한 표현으로,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을 일컫는다. 인도의 석가모니, 중국의 공자,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등 세계적 사상가가 등장한 시기로, 우주와 인간에 대한 삶의 각성과 성찰이 폭발한 ‘사유의 혁명’ 시대다.
인도는 종종 중국과 비교되죠. 대륙의 크기, 인구 규모도 비슷하고,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면서 동양 철학의 기반이 탄생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두 나라의 차이를 만든 결정적 요소는 획일성과 다양성일 텐데요. 인도의 다양성은 장점이기만 할까요.
"인도, 중국, 한국을 다양성 측면에서 본다면 인도는 다양성이 있지만, 중국과 한국은 다양성이 부족하죠. 우리는 한민족으로서 정체성이 강하고, 오랫동안 그 부분을 강화해서 스토리텔링 해왔어요. 인류 역사 전체로 바라본다면 어느 쪽이 유리할까요? 하나로 똘똘 뭉치는 곳과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존하는 곳을 비교해 보죠. 단일성이 강하면 초기에는 유리합니다. 누군가 앞서서 이끌면 잘 따라오거든요. 단거리에는 확실히 유리합니다. 그런데 역사는 100m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에요. 500년, 1000년의 역사를 두고 본다면 다양한 인종, 다양한 종교,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집단이 유리합니다.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공존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는 순간 엄청난 에너지가 생기거든요.”
인도에서 IT 천재들, 글로벌 CEO가 많이 배출되는 이유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요.
"어느 집단이나 똑똑한 친구들은 늘 있어요. 아무것도 안 해도 특출난 친구들. 인구가 많으니 그만큼 천재도 많겠죠. 둘째로 인도인의 영어 유창성이 상당한 경쟁력이 됩니다. 한국인은 아무리 똑똑해도 영어가 좀 어렵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기 힘들어요. 세 번째, 절박함이에요. 제가 미국에서도 교수 생활을 하면서 보면, 한국 학생 중에도 똑똑한 친구가 많지만 이 친구들에게는 보험이 있어요. 힘들면 한국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인도 사람에게는 그 선택지가 없어요. 돌아가면 아그라* 같은 곳이니까.”
“과학적인 사고의 깊이도 달라요. ‘너는 왜 과학자가 되고 싶니?’ 물으면, 인도의 어린이 천재들은 대부분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다’ ‘빅뱅 전에는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 식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떤지 아세요? ‘비행기가 어떻게 나는지 궁금해요’ ‘헬리콥터가 어떻게 뜨는지 궁금해요’ 식으로 말해요. 이건 18~19세기 문제이지 21세기에 필요한 질문이 아니죠.”
*아그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에 있는 도시. 무굴제국 전성기에 수도였던 곳으로, 타지마할과 악바르 영모 등이 있다. 이슬람풍의 옛 건물이 많아 북인도 관광지 중 한 곳이지만, 매연이 심하고 거리가 지저분해 삶의 질이 낮다.
지금부터는 진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해요.
어쩌면 인간이 계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문명의 판갈이가 일어나는 시점에서는 희비쌍곡선이 엇갈리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얻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도태될 텐데요. 적어도 도태되지 않기 위해 현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 있다면요.
질문이 세밀할수록, 전문지식이 많을수록 답변의 질이 높아집니다. 사진작가는 제가 알지도 못하는 용어를 써가며 AI에게 의뢰해요. 입력값이 정교하고 길수록 좋은 답변과 결과가 나옵니다. 챗GPT-4에 입력할 수 있는 질문은 수십 장에 달해요. 결국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을 겁니다.
평소 저는 언어야말로 인간의 창조물 중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여겨왔어요. 챗GPT의 위력을 보니 언어가 가진 힘이 인류 문명을 바꿔놓을 정도로 거대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인간은 왜 대화에 열광할까요. 이에 대한 개인적인 가설을 말해보려 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인간이 아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 것 같아요. 인간의 삶은 늘 쉽지 않았어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졌고요. 예측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 인간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어 했어요.
문명은 종교를 만들어냅니다. 인간과 신의 관계는 부탁이에요. 무엇을 해달라고, 이유를 말해달라고 하는 거죠. 이 행위를 우리는 20세기까지 해왔어요. 하지만 누구에게서도 답을 들을 수 없었어요. 조상에게, 신에게, 늑대에게, 바람에게, 외계인에게도 물어봤지만 답변을 안 해줬어요. 그런데 챗GPT는 답변을 해줍니다.
마지막은 챗GPT의 질문이에요. 인터뷰를 앞두고 김대식 교수님을 위한 질문지를 만들어보라고 했더니 대부분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그중 하나만 묻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감정과 직관을 이해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이 질문을 들으니 놀랍습니다. 제가 책을 쓰면서 챗GPT한테 감정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챗은 자기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감정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어요. 관심도 없다고 했고. 마지막에 역할을 바꿔서 챗에게 질문을 해보라고 했더니 다 감정과 관련된 질문이었어요. 결국 챗GPT가 궁금한 건 경험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행복하다는 것에 대한 감정이었어요. 위 질문에 답변하자면, 저는 기계가 인간의 감정과 직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만이 감정을 가지고 있고,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마지막 보험이 될 수 있거든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으려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신비성을 넣어야 해요. 수식이나 코드나 글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무언가가 있다고.
김대식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으려면”이라는 표현을 여러 번 썼다. SF에서나 접하던 얘기를 소설가나 영화감독이 아니라 과학자에게서 듣게 되다니. 그것도 ‘상상’이 아닌 ‘예정’이라는 단서를 달고.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는 우리 예상보다 빨리 당도했고, 당도할 것이다. 카네기멜론대학의 앤드루 무어 교수는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인류는 멸망한다”며 “그게 왜 나쁜가, 인류가 멸망하는 것이 왜 나쁜지 설명해봐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을 지구에, 인간이 아닌 다른 종에게 던져본다. 긍정적인 답변을 찾기 쉽지 않으리라.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김대식 교수의 이 말이 오래도록 맴돈다.
http://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1698
http://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1699
2024 김태용, 김대식 공동저자 <원더랜드 작품집: MOVIE ARTBOOK> 출판ㅣ김영사
2024 <위대한 인도> 출판ㅣ문학동네
2023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출판ㅣ동아시아
2016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출판ㅣ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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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고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