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록해 아이에게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지게 된 습관 중 하나는 아침마다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통화 내용의 대부분 육아 방법에 대해 묻거나 육아의 힘듦에 대한 하소연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의사표현을 하고 난 이후부터는 늘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어린 시절 모습들을 묻곤 했다.
"엄마, 도대체 얘는 누구를 닮아서 그런 거야? 나도 어릴 때 그랬어?"
아이를 보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에 답답해질 때가 있다. 달려야 하는 순간이 있고, 걸어야 하는 순간이 있지만 번번이 자신만의 걸음으로 걷다가 끝내 넘어지고, 부딪혀서 우는 아이들을 보며 혀를 내두르게 되는 그런 날들이 있다. 다치지 않았으면, 덜 힘들었으면 해서 하는 말들을 다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돌아서버리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을 치는 날들이 반복되면서 내 아이도 사춘기에 들어섰음을 깨달았다. 그때마다 나는 그 시절 어떤 아이였는지 기억해보려고 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그 시절에 어땠는지? 어떤 생각들로 살았는지? 그래서 부모님께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여쭤보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부모님은 나의 질풍노도의 순간은 잊어버리고, 착하고 예쁜 딸로서의 순간을 더 많이 기억해주신다. 참 감사한 일이다.
언젠가 내 딸 역시 나에게 똑같은 이유로 질문을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기억나지 않는 오늘을 잘 기록해뒀다가 아이에게 꺼내 주기로 결심했다. 가끔은 하소연을, 가끔은 기쁨의 순간들을 적어 내려간 기록들. 그런데 그렇게 써 내려간 글들을 어느 순간 지나고 펼쳐보니 엄마인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동시에 아이가 엄마인 나를 길러내는 순간들이 더 많아지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이게 뭐야? 이건 뭐야?"
말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던 아이들은 요즘 나에게 개념적인 질문 보다는 가치에 대한 질문을 자주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다름과 틀림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 평소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왔던, 어쩌면 삶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묻는 아이를 보며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주 생각해본다. 매일 반성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는 여전히 오늘도 시행착오 중인 엄마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처음 걸음마를 시작할 때 무수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나 역시 오늘도 최선을 다해보기로 한다.
이 책에 담긴 나와 아이의 소소한 행복이 당신과 아이의 일상으로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신이 엄마라서 혹은 아빠라서 행복한 오늘의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