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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Mar 26. 2017

동화 같은 삶을 산 남자

영화 <빅 피시>

윌(앨버트 피니)은 아버지를 믿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하는 말은 모두 다 너무 동화 속 이야기처럼 허황되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그런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지만, 성인이 된 윌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한 번도 진실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생각해 아버지와 말을 섞지 않는다.


윌의 아버지이자 영화 속 주인공인 에드워드 블룸(이완 맥그리거)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때로는 신비한 곳에서 괴상하지만 진실한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간다. 노년의 그는 어릴 적 마녀의 눈을 통해 자신이 죽는 모습을 보았고, 그 때문에 지금도 자신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살아가지만 자신이 아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잘 모르고 있다.

윌이 믿을 수 없었던 에드워드의 이야기 속에는 거인, 난쟁이, 늑대인간, 몸이 하나인 샴쌍둥이 자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인어, 이상한 마을 그리고 커다란 물고기가 등장한다. 그의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에드워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왠지 믿고 싶어 지기도 한다.                     

팀 버튼의 작품인 만큼 약간 기괴하면서도 너무나도 동화 같은 <빅 피시>. 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기보다 어른에게 필요한 동화이다.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그런 영화, 그리고 주인공인 에드워드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달려 나가는 삶을 살고 싶어 지는 영화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에드워드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상상인지 우리도 알 수는 없다. 처음에는 에드워드가 어린아이에게 들려주는 영웅담을 이야기하듯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노년의 남성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의 이야기를 믿고 싶어 지고,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진실보다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대사에 공감이 되기도 한다. 아들이 태어날 때 앞당겨진 예정일에 타지에 있다 아들의 태어나는 순간을 놓친 아버지가 되는 것보다 자신의 결혼반지를 삼켜버린 커다란 물고기를 잡으러 간 아버지가 되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 윌을 특별하게 하는 이야기였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실제로 물고기를 잡으러 갔을 수도 있고...)                                               

영화 속에서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장면은 에드워드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수선화를 가득 준비해놓고 청혼을 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근처 모든 꽃집에게 부탁해 준비하고 그 가운데 서서 당신밖에 없다고 말하는 남자를 거절할 수 있는 여자가 있을까. 윌은 이것도 그저 아버지가 부풀려 말한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늘 동화같이 믿을 수 없는 멋진 일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의 아버지 에드워드였다.  


동화 같은 삶을 꿈꾸는 사람에게 우리는 허황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꿈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삶을 사는가는 그 삶을 사는 사람에게 달린 것이다. 매일 똑같은 삶보다는 커다란 물고기를 잡으러 떠나는 꿈을 꾸는 삶이 조금 더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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