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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Stranger

영화 <바그다드 카페>

by 심고

※ 영화를 안 보신 분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남편과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떠나던 '야스민'(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는 남편과 싸우고 황량한 사막 같은 곳에 홀로 남겨진다. 주유소, 모텔, 카페가 한 곳에 있는 '바그다드 카페'에 도착한 야스민은 그곳에 묵기로 하지만 까칠한 여주인 '브렌다'(CCH 파운더)는 계속 못마땅한 시선으로 그녀를 주시한다.
사람이 오지 않는 황량한 카페와 먼지가 가득 쌓인 모텔 사무실, 남편과 뒤바뀐 가방. 먼지가 한가득인 숙소에서 야스민은 매일 밤 울지만 바깥에 나와 사람들을 만나면 웃으며 먼저 손을 내민다. 그렇게 그녀가 온 후 바그다드 카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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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30분은 도대체 이 영화 뭔가 알 수가 없었다. 웬 부부가 다짜고짜 뺨을 때리며 싸우더니 황량한 곳에 여자가 혼자 남겨진다. 그리고 이어 등장한 흑인 부부도 별것도 아닌 일로 싸우더니 결국 남편이 집을 나간다. 그만 볼까 하는 생각을 몇 번 하다가 그래도 중간중간 나오는 calling you를 들으며, 그래도 무언가 있겠지 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영화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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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화장이 너무 기괴하고 옷차림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남편과 가방이 뒤바뀌어 본인 옷이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스카프를 이용해 어떻게라도 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야스민을 보며 점점 감각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면에 화장기 없는 모습에 도달할 때까지 점점 야스민의 매력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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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신경질적으로 나오는 모텔 주인 브렌다. 정말 이 사람이 주인공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든 일에, 모든 사람들에게 신경질적인 브렌다는 영화 중반까지만 해도 도무지 주인공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그녀의 모습이 달라진다. 그런 변화는 브렌다가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라 생활과 환경에 지쳐 사람이 황폐해졌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야스민으로 인해 가장 많이 변화하는 캐릭터. 영화 후반부에는 노래를 참 잘하는구나, 깨닫게 되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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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거 대체 무슨 영화야 하며 보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영화를 보며 웃고 있다. 야스민으로 인해 바그다드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야스민의 남편 가방에 있던 전혀 쓸모없어 보이던 매직 세트는 바그다드 카페의 식구들을 넘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기쁨을 주고, 활기가 넘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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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야스민과 브렌다의 우정과 그로 인한 변화, 카페가 성행하게 되는 것까지는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야스민이 '루디 콕스'의 프러포즈를 승낙하는 장면은 의외였다. 루디 콕스가 야스민을 늘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보지만 그래도 나이 차이가 너무 나 보였기 때문에 청혼을 하는 것도, 그것을 야스민이 승낙하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이었다. 하지만 루디 콕스의 눈빛에 남긴 사랑이 진심 가득으로 보였기 때문에 야스민은 사랑을 받으며 바그다드 카페에서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유 없는 선의는 가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순수한 마음은 결국 상대방에게 도달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바그다드 카페에 찾아온 행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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