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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Oct 22. 2018

당신은 무엇을 보았나요

드라마스페셜 - 잊혀진 계절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지 5년 째인 이은재(고보결)는 학원에서도, 고시원에서도 거의 막다른 길까지 몰린 장수생이다. 밥 먹을 시간도 쪼개며 공부를 하는 그녀에게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은 사치일 뿐.

그런 그녀의 옆방에 새로 들어온 최지영(고민시)은 그녀와는 반대로 불만이 있으면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할 말은 다 하고야 만다. 그리고 어느 날 그런 지영이 사라진다.

역시 8년째 시험을 준비 중인 장수생 허준기(김무열). 그는 무슨 일이든 허허 웃으며 넘어갈 것 같은 공부보다 연필 깎기에 더 집중하는 고시생이다. 기자인 동생을 자랑스러워하고,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외치며 피규어를 사는 준기는 자꾸만 새로 고시원에 들어온 지영과 부딪히게 된다.

먼저 인사를 건넸는데 차가운 반응이 돌아오면 기분이 어떨까. 나라면 그런 반응이 두려워 말을 선뜻 먼저 걸지 못할 것 같다. 노량진 수험생활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사실 짐작이 잘 가지 않지만 삭막해질 대로 삭막해져 버린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같은 상황에 놓인 같은 또래이지만 서로 경쟁자이기도 한 사람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건 누구일까. 사회일까, 그들 자신일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은재를 챙겨주는 김우현(재호). 은재를 챙겨주기도 하고, 준기와 지영의 다툼을 목격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항상 무표정하게 다니는 은재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우현. 어쩌면 가장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인데 이 작품에서는 가장 선량한 사람으로 보인다.

준기의 동생인 윤기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잘 나가는 기자지만 그 위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싼 게 막 신기 좋고, 쓰다 버리기도 좋다는 대사는 듣기 거북하지만 윤기의 위치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는 것이 옳지는 않다. 그를 그렇게 만든 것도 사회라고 말하며 그를 감싸줘야 하는 걸까.

마지막은 개인적으로는 반전이었다. 그렇게까지 일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결국 방관은 더 큰 범죄를 불러왔고, 그녀는 후회할 수도 용서를 구할 수도 없어진다. 그녀의 선택이 결국 극단적인 결말을 불러왔다는 면에서 이 드라마가 보여 준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끝을 극적으로 느낄 수 있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 죄를 지은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마는 결말은 아쉽기도 하다. 


우리는 끝없이 묻는다. 사람들을 이기적으로 만드는 것은 사회인가 아니면 스스로인가. 사회가 이렇게 각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그들을 비호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어제 본 기사의 글이 잊히지 않는다. 우울증은 그들에게 칼을 쥐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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