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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Oct 21. 2018

인생에는 등급이 없잖아

드라마스페셜 -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수학 교사로 '오답노트'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도도혜(전소민)는 수능 출제 위원으로 합숙소에 입소하게 되고, 그곳에서 첫사랑 오필승(박성훈)과 재회하게 된다. 수능 출제 위원과 보안을 맡은 경장으로 다시 만나게 된 도혜와 필승. 도혜는 자신의 첫사랑을 흑역사로 기억하며 필승을 피하지만 필승은 적극적으로 도혜에게 다가온다. 그렇게 도혜가 조금씩 필승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던 그때, 2차 수능 출제 위원으로 도혜의 전남편 최진상(오동민)이 합숙소에 들어오게 된다. 의도치 않게 두 남자 사이에 낀 도혜는 어떻게든 이 두 흑역사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도혜의 흑역사는 도혜를 놓아주지 않는데... 


첫사랑과 재회 후 멘붕에 빠짐.jpg
전남편과 재회 후 멘붕에 빠짐.jpg
수능이 연기되어 멘붕에 빠짐.jpg

전소민이 맡은 주인공 도도혜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매우 여린 캐릭터이다. 자신의 흑역사를 수첩에 적으며 오답노트로 삼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다짐하지만 어쩐지 계속 모든 일이 그녀의 뜻과 어긋나게 돌아간다. 모든 상황에서 침착하게 반응해보려 하지만 결국 당황하는 모습이 다 드러나버리는 그녀를 필승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도혜의 첫사랑이자 도혜에게 흑역사를 남긴 필승(첫사랑 이렇게 잘생기기 있나요...)
가끔 내가 생각하기엔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웃을 수 있는 추억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있다. 정말 귀를 막고, 그 사람을 피하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운 기억. 하지만 그런 기억도 잊히지 않는 추억이기도 하겠지. 그 기억이 두 사람의 연결고리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 흑역사까지도 좋아해 주는 게 진짜로 좋아하는 게 아닐까.

도혜의 전남편이자 수학과 교수인 진상 역시 도혜의 흑역사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비록 여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도혜와의 재결합을 꿈꾸며 필승을 경계하는 진상. 하지만 그가 보여준 모습은 정말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봐달라고 소리만 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 않나 생각하게 한다.

처음에는 좀 푼수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드라마에서 가장 멋진 멘트를 날리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선생(송지인). 그녀의 말대로 흑역사는 누구나 있는 건데 그걸 꼭 오답이라고 말하며 고쳐야 하는 걸까. 인생에 등급이 있는 것도 점수가 깎이는 것도 아닌데. 그녀의 대사는 주인공 도혜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다. 모두 각자의 인생일 뿐이라고. 인생에 등급은 없다고.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작가는 주인공을 선생님들로 설정하고, 이 작품을 썼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수능 연기 사태가 이렇게 적절하게 쓰일 줄이야. 진짜로 수능 출제 위원들이 저렇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선생님이라고 모두 실수 없이, 결점 없이 생활해야 한다는 것도 고정관념이지 싶다. 인간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 아이들의 마음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주인공의 말처럼 다른 사람을 상처 주기 위해 나를 망가트리지 말 것. 그리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발걸음에 망설임을 두지 말 것. 저렇게 잘 생긴 첫사랑이 있다면 한 번 찾아볼 것... 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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