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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Jul 01. 2018

마음이 지나가는 곳

영화 <더 테이블>


어느 골목길 카페. 그렇게 예쁜 테이블도 아니고, 많이 꾸며진 카페도 아니지만 물컵 속에 담긴 하얀 꽃 몇 송이가 손님들을 그 테이블로 이끈다. 하루의 시간 동안 얼만큼의 이야기가 그 자리를 스쳐갈까.



오전 열 한시, '수진(정유미)'은 데뷔하기 전 만났던 전 남자친구 '창석(정준원)'과 한적한 골목 카페에서 만난다. 각자 여배우와 회사원이 된 두 사람은 에스프레소와 맥주를 마신다.

오후 두 시 반, '경진(정은채)'은 세 번의 만남 후 갑자기 여행을 떠났던 '민호(전성우)'와 다시 만난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참은 채 두 사람은 커피와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먹는다.

오후 다섯 시, '은희(한예리)'와 '숙자(김혜옥)' 조금 수상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은희의 가짜 결혼식에 엄마 역할을 맡게 된 숙자는 평소와는 다른 느낌으로 라떼를 마신다.

저녁 아홉 시, '혜경(임수정)'은 결혼을 앞두고 옛 연인 '운철(연우진)'을 만난다. 사랑하지만 함께하는 것을 포기한 두 사람. 커피와 홍차, 비 내리는 카페. 이게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이 될까?



정유미가 등장하는 첫 에피소드를 보면서, 정유미가 예쁘다는 생각과 남자를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옛 추억을 찾아 온 유진과 그 추억을 망가트리는 눈치 없는 창석. 솔직한 거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데뷔 하기 전에 만났던 옛 연인을 찾아 온 유진에 비해 창석은 그저 자기가 여배우와 만났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나온 것으로 밖에 안 보였다. 또 연락해도 된다는 유진의 말은 정말 진심이었을까? 창석 때문에 또 다른 새로운 루머가 생길 것만 같다.



정은채가 등장하는 두 번째 에피소드는 처음에는 어떤 사이인지 잘 이해가 안 됐는데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다. 세 번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에 밤을 함께 보냈지만 민호가 갑자기 몇 달 동안 여행을 떠나고, 경진은 여행 가서 연락도 하지 않는 민호를 원망하며 긴 시간을 보내왔던 것. 서로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참은 채 만남을 이어가지만 결국 경진은 폭발하고, 민호는 그런 경진을 붙잡는다.



우리 무슨 사이죠? 라는 물음을 둘 다 마음에 갖고 있지만 사실은 둘 다 같은 답을 기다리고 있었겠지. 갑자기 회사에서 짤리고, 여행을 떠났지만 경진을 생각했고, 그렇지만 경진에게 연락을 해도 되는 걸까 망설여왔던 민호의 마음은 그의 가방에서 나오는 경진을 위한 선물에서 너무나 가득 흘러나왔다. 앞으로 진짜 사랑을 시작할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웃음이 흘러나왔다.



세 번째 에피소드의 상황을 대화를 통해 유추해보면, 결혼도 일종의 일인 사기꾼 은희가 같은 사기꾼 전력이 있고, 지금은 역할 대행을 해주는 숙자에게 자신의 결혼식의 엄마 역할을 부탁하는 것이다. 숙자는 처음에 은희의 제안이 사기극의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은희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자 은희에게 마음이 쓰인다. 



진짜 딸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을 은희에게 해주고 싶은 숙자. 은희는 그런 숙자가 부담스럽지만 결국 그러기로 한다. 진짜 모녀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 순간만은 서로에게 진짜 엄마와 딸이 되어줄 수 있을까? 



테이블의 마지막 손님은 아직도 사랑하지만 헤어짐을 택한 연인으로 임수정과 연우진이 등장한다. 혜경을 사랑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운철과 현실적인 결혼을 택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운철이 자신을 붙잡아줬으면 하는 혜경.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다른지 모르겠다.'
혜경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대사이기도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각자의 길을 택한 혜경와 운철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사를 혜경은 여러 번 얘기한다. 사랑하지만 현실이 둘을 갈라놓는 것 같지만 사실 두 사람은 사랑보다 각자 원하는 것을 택한 것 아닐까. 아니 혜경은 그래도 운철을 택하고 싶었지만 결국 자신이 없어서 도망간 것은 운철이 아니었을까.



한정적인 장소에서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더 테이블>. 누군가에게는 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참 좋았다.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유추하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기도 하며 영화를 보는게 재미있었다. 실제로도 카페 테이블 하나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을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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