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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Dec 03. 2018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며 살고 싶어

영화 <소공녀>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미소(이솜)는 가사도우미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녀의 삶의 유일한 낙은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인 한솔(안재홍) 뿐. 하지만 그녀가 버는 돈으로는 올라가는 방세도, 담뱃값도 충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녀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과감히 방세를 생활비에서 없애버린다. 즉, 집이 없는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남자친구인 한솔은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의지할 수 없고, 미소는 과거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을 찾아간다. 하지만 각자의 이유로 그들의 집에서 생활할 수 없게 되고, 그 과정에서 미소는 상처를 받기도 한다. 사람들은 집이 없는 그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주인공인 미소는 다른 사람의 집을 청소해주고 받은 일당으로 생활한다. 그녀는 꾸준히 약을 먹지 않으면 백발이 되는 병을 앓고 있고, 추운 방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는 헌혈을 해서 영화표를 받고, 길거리 음식을 사 먹지만 그녀는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불행하지 않으니까.


그런 미소는 물가가 오르며 점점 돈이 부족해지자 담배, 위스키를 끊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월세를 없애버린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4,500원인 담배를 포기해야 하고, 12,000원인 위스키를 포기해야 하지만 미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집이 아니라 그녀가 사랑하는 담배와 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찾아간 과거의 밴드 친구들은 각자의 이유로 그녀를 받아주지 못한다. 과거 그녀의 집에서 함께 놀며 쌓았던 추억 때문에 그녀를 재워주긴 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미소는 '염치없다'라는 말을 들으며 상처 입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이 그 집에 머무르는 것이 왜 염치없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반대의 경우, 친구들이 자신의 집에 얼마든지 머물러도 그녀는 불편하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 속 미소는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으로 보기이도 하지만 사실 그녀의 생각 중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녀는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지키며 살고 싶었을 뿐이고, 그녀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오직 '집'이 있어야 안정된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이상한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이 없으면 사람이 얼마나 불편해지는지를 깨닫게 되기도 해서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부모님의 집이 없었다면 미소처럼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는 여자 주인공을 가진 영화인데 기분은 조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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