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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Dec 02. 2018

사랑하죠, 오늘도

드라마 스페셜 - <너무 한낮의 연애>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곧 승진할거라고 생각했던 필용(고준)은 승진 대신 지하 물류 창고로 좌천을 당하고, 자신의 현실과 주변의 시선에 지쳐간다. 괴로운 마음에 회사를 나온 필용은 대학시절 자주 가던 햄버거 가게에서 그 시절을 함께 보냈던 양희(최강희)의 연극 포스터를 보게 된다. 운명적인 무언가를 느낀 필용은 양희의 연극을 보러 점심시간마다 회사를 나선다.



자신의 쓴 극본으로 연극을 올리는 양희. '나무는 ㅋㅋㅋ 하고 웃지 않는다'라는 연극은 관객 참여형 연극으로 양희가 무대에 자신과 함께 오를 관객을 선택한다. 그리고 무대에 마주보고 앉아있는 두 사람. 관객을 뚦어져라 바라보는 양희. 아무 대화도 없는 시간들. 그게 그녀의 연극이다.



양희와 필용이 만난 것은 1999년 종로 캠퍼스에서였다. 화장기 없는 모습과 티셔츠에 바지 차림 다니던 양희는 어딘가 특이한 느낌이었지만 필용과는 곧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런 양희가 필용도 싫지 않다. 양희가 건낸 이천원에 자신의 돈을 더 보태 늘 버거세트를 사주는 것. 어쩌면 그때부터 필용은 양희를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양희는 필용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필용은 당황하지만 그 소리가 듣기 좋아 매일 양희에게 묻는다. 

"오늘은 어때?"
"사랑하죠, 오늘도."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드디어 필용도 양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결심한 날. 양희는 필용에게 말한다. 

"이제 사랑하지 않아요. 없어졌어요 사랑."



그렇게 헤어진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만난 두 사람. 하지만 서로 사랑했지만 어려서, 미숙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한 옛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엔 두 사람은 자신을 누르는 현실조차 감당하기 버겁다. 멋있고 싶은데, 괜찮은 척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질 않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담담하게 하지만 아프게 웃는다.



드라마를 보면서 필용이 최근에 읽은 책 속 주인공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책도 이 드라마의 원작자인 김금희 작가가 쓴 책이었다. <경애의 마음> 속 주인공이 떠올랐다. <한낮의 연애>도 읽었는데 책도, 드라마도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양희의 캐릭터가 좀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 마지막 장면을 통해 양희를 이해할 수 있어졌다. 그리고 '그냥 저 나무나 봐요.'하는 대사도. 

작품을 통해 생각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잘 정리가 되진 않는다. 나무는 비웃지 않으니까 우리는 나무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양희의 그런 생각이 왠지 슬프다고 느껴진다. 그렇게 나무를 보며 위로 받아야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하지만 나도 왠지 나무를 보고 싶다. 가만히 가만히 나무를 들여다보며 말하고 싶다. 나는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살아가는 것이 좀 힘들다고. 나무는 웃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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