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 갑자기 사무실로 배달된 여행잡지. 얼마 전 사무실 주소를 물어봤던 친한 오빠가 보내 준 깜짝 선물이었다. 아트래블을 6개월 동안 받을 수 있도록 신청해놨다는 오빠는 '너 책 좋아하잖아, 여행 가고 싶어져라 하는 주문을 담았다.'하고 말했다. 선물을 종종 받지만 나를 위해, 나를 생각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해준다는 것은 정말 그 어떤 것보다 고맙게 느껴졌다.
사실 여행잡지가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 물론 여행잡지가 있겠지만 나는 잡지 쪽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가 아는 잡지라 하면 미용실에서 만나는 형형색색의 사진과 온갖 광고가 난무하는 미용잡지뿐. 하지만 아트래블 속에 가득한 사진, 그림들은 여행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었다.
이곳은 어디일까, 이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사진을 잘 찍은 걸까, 이곳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나도 언젠가 이곳에 가볼 수 있을까. 나 혼자 설레하고, 미소 지으며 책을 한 장씩 넘겼다. 처음에는 그냥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원고를 기고해 만들어진 잡지인 줄 알았는데 웬걸, 퀄리티가 너무 높았다. 여행을 좋아하고, 그래서 자신만의 사진을 찍어 자신들의 이야기로 묶은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쓴 글이 대부분이었다. 확 트인 풍경 사진과 길지 않은 글만으로 그곳에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북쪽 나라, 기억의 집(페로제도, 이경택)
떠나간 사람들의 땅(보성, 정연석)
첫 번째 향수(유럽, 박상준)
지도에 없는 파라다이스(북아일랜드, 송은정)
오브리가도, 라고스(포르투갈 라고스, 박준)
나는 책방 여행자입니다(도쿄 요코하마, 양미석)
덴마크가 또 다른 고향이 될 줄이야(덴마크, 노현정)
아트래블은 매달 주제를 가지고 발간된다. 이번 달(12월)의 주제는 HOMETOWN, 고향이었다. 여행자들은 마음속에 고향을 두세 개씩은 가지고 있는 듯하다. 진짜 고향이 아닌 마음의 고향. 수없이 많은 곳을 여행하더라도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한 곳. 어쩌면 이 잡지를 읽고 누군가의 고향을 방문했을 때 그 사람이 느낀 감동을 똑같이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왜 이곳을 추천한 거야? 하고 의문을 갖게 될지도.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 추천을 잘못해준 것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고향이 다 다르고, 그 고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있듯이 여행자의 고향도 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테니까. 나의 고향은 어디일까. 만나본 적이 있는 곳일까. 나는 과연 행복하고도 외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오빠의 주문은 통했다. 나는 책 속에 있는 어딘가로든 떠나고 싶어졌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처럼.
#여행잡지 #AR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