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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책방으로 오세요

이도우 장편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by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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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해원은 자신의 삶에 싫증을 느끼고 이모가 있는 북현리로 내려온다. 그런 그녀를 맞아주는 건 무언가를 포기한 듯 보이는 이모 '명여'와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그녀의 펜션 '호두 하우스'. 그리고 북현리에서 동네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동창 '은섭'이다.

은섭의 서점인 '굿나잇 책방'의 운영에 의문을 갖던 해원은 우연한 기회에 은섭의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점차 그의 책방과 책방 손님들에게 애정을 갖기 시작한다.

하지만 해원은 모른다. 자신의 존재가 은섭의 마음을 얼마나 혼란스럽게 하는지, 그가 언제부터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누군가 은섭에게 그의 첫사랑이 누구냐고 묻자 은섭은 덤덤하게 대답한다. '목해원'이라고.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웃은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나를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들어버렸다.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참 좋았다. 특히 책방 식구들. 초등학생부터 4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지만 모든 캐릭터가 다 귀여웠다. 특히 '40은 나이도 아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 챕터만 떼어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원과 은섭의 오랜 인연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면서도 한 마을에 사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어쩌면 너무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어쩌면 너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주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캐릭터들이 주는 그런 편안함이 좋았다.

그리고 보영과 해원에 관한 이야기도 참 좋았는데, 어린 시절 해원의 비밀을 보영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서 관계가 틀어진 두 사람은 어른이 되어 재회한다. 그러나 보영은 해원에게 자신을 오랜 시간 사과할 기회도 주지 않고, 용서도 해주지 않았으니 이제는 그녀가 가해자라고 말한다. 해원은 그런 보영을 어이없어하고, 솔직히 나도 그랬다. 당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자기는 모르면서 이제는 니 탓이야 라고 말하다니. 그건 그 사람의 상처를 얕잡아 보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 일을 뛰어넘어 다시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사과와 용서보다는 차라리 저런 화해가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해 과정이 너무 귀엽기도 했고.


그의 사랑은... 눈송이 같을 거라고 해원은 생각했다. 하나둘 흩날려 떨어질 땐 아무런 무게도 부담도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마을을 덮고 지붕을 무너뜨리듯 빠져나오기 힘든 부피고 다가올 것만 같다고.


사랑을 '눈송이'에 비유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생각하는 눈송이는 금방 녹아 사라지는 덧없는 사랑이었는데 작가가 생각하는 눈송이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쌓이는 사랑이었다. 어쩌면 그런 표현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이제 눈송이라는 단어를 보면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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