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고 Jan 29. 2019

케이크 한 조각의 위로

영화 <케이크메이커>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오렌은 베를린에 오면 언제나 카페 크레덴즈에 가서 케이크와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아내에게 줄 시나몬 쿠키를 산다. 크레덴즈에게 케이크와 쿠키를 만드는 토마스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그의 흔적을 찾아 예루살렘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트를 만나 그녀의 카페에 취직하게 된다. 이방인 취급을 받던 토마스는 점점 자신의 쿠키와 케이크로 손님들과 아나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너무나 위태롭다.

아무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보다가는 충격에 휩싸인다. 영화의 제목에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가 시작되고 10분 만에 내가 뭘 본거지? 멍해졌다. 하지만 그래서 계속 앞으로 영화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며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속 토마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베를린에서의 자신의 삶은 내팽개치고 무작정 죽은 연인의 가족을 찾아가서 그 주위를 맴돌다가 자신의 경력이 어울리지도 않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토마스. 처음에는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그의 행동이 자신의 죽은 연인을 너무나 사랑했고, 잊지 못해서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어딘가 멍하고, 둔해 보이지만 그런 겉모습은 그의 전부가 아니다.

영화 속에서 또 한 번 생각지 못한 전개를 보여주는 아나트. 그녀는 약해 보이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선택대로 살아가는 강한 여자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토마스의 존재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토마스를 외면하지만 결국 그를 다시 찾아간다.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영화 속에 담기지 않았지만 그런 결말이 더 이 영화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제3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 지금도 사진을 보니 너무나 먹어보고 싶다. 영화 속에 나오는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는 사랑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관계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영화는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전개로 흘러갔지만 케이크가 주는 달콤함의 위로는 영화 속에서도, 일상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달콤한 디저트 같은 영화보다는 차갑게 식어버린 씁쓸한 커피를 마시는 듯한 영화이지만 그래도 나는 영화를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 볼 때는 '무슨 이런 영화가 다 있어?' 싶을 수도 있지만 그런 관계도 있는 게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인 것 같다.눈물을 참는 토마스, 그리고 결국 눈물을 쏟아내는 토마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가 만든 케이크, 쿠키는 대체 어떤 맛일까. 나에게도 케이크 한 조각이 필요한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꾸는 아름다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