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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Apr 28. 2019

왜 예뻐야 해?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길에서 남자들에게 번호가 따이는 것이 일상일 만큼 예뻐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르네(에이미 슈머)'. 남들이 보기에는 통통한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항상 꿈꾸던 회사 안내석 자리에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던 르네는 어느 날 기적처럼(?) 자신의 꿈을 이룬다. 예뻐진 르네는 충만한 자신감으로 일도 사랑도 거침없이 성취해나가지만 한 가지, 친구들과는 자꾸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새로운 생활, 새로운 친구들에 너무 심취해서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르네. 르네는 과연 예뻐서 행복한 여자가 될 수 있을까?

르네가 어느 날 예뻐진다는 설정을 봤을 때, 뚱뚱하던 여주인공이 갑자기 예쁜 여자로 변하는 뻔한 스토리의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르네는 과연 어떻게 변할까, 어쩌면 '에이버리 클레어'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내 예상을 와장창 깨버리고 영화는 예뻐진 게 아닌 '예뻐진 줄 아는 르네'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변한 것은 단 하나, 르네 자신의 생각뿐인데 르네의 삶은 점점 달라진다. 그토록 원했던 회사 정중앙 안내석을 차지하게 되었고, 회사 대표인 클레어는 르네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거기다 완벽한 남자인 클레어의 남동생 그랜트마저도 르네에게 관심을 보인다.

르네가 착각에 빠져 하는 행동들은 웃음을 불러일으키지만 르네는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다 얻어냈고,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 쿨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비키니 콘테스트에서 뽑히지 않았을 때 그녀는 "내정자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사람들은 점점 빠져든다.

기존 영화들과 다른 전개가 참 좋았다. 그리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라는 메시지가 좋았고, 영화 속에 나쁜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에단이 진심으로 르네에게 '가장 예쁜 여자'라고 말하는 것도. 에이버리는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여자지만 목소리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일을 잘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맬로리는 르네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여자지만 남자에게 차이고 엉엉 울기도 한다. 예쁘다는 것이 곧 행복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르네뿐만 아니라 영화 속 곳곳에서 보여주는. 아, 그리고 에이버리에게 해주는 마지막 할머니의 대사도 너무 좋았다.

어떤 모습이라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은 영화임에도 결국 배우들의 아름다움에 의지하는 여느 작품들과 달라서 참 좋았다. 우리의 인생이 영화처럼 극적으로 좋은 일만 생길 거라고 믿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나를 사랑하면 내 인생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은 믿고 싶다. 

나에게도 필요한 순간이 많을 주문.


I FEEL PR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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