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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Jun 29. 2019

너의 미소를 위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디즈니랜드 건너편에 위치한 모텔에 사는 6살 꼬마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겉으로 보기엔 파스텔 빛 보라색인 이 예쁜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장기 투숙자 들이다. 무니 역시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와 둘이 살고 있는 장기 투숙객인데, 하루 종일 하는 일은 모텔 주위를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는 일이다. 아이스크림 앞에서 잔돈을 구걸해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새로 이사 온 투숙객 차에 침을 뱉고, 모텔 관리인 아저씨 바비와 싸우는 게 일상인 무니와 친구들은 언제나 해맑다. 그래서 이 사고뭉치들을 미워할 수가 없다.그런데 어느 날, 무니의 단짝 친구 스쿠티의 엄마 애슐리가 스쿠티와 무니를 함께 놀지 못하게 하는 일이 생긴다.

처음에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이런 영화를 계속 봐야 하나?' 싶었다. 아이들이 나오고, 파스텔 빛 포스터가 예쁘고, 평점이 좋은 영화라서 계속 보고 싶었는데 웬걸. 영화에 나오는 꼬맹이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너무 가관이라 영화를 끄고 싶었다. 남의 차에 침을 뱉고, 주인에게 걸리니까 오히려 욕설을 퍼붓기까지 한다. 대체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나 싶은 말들로. 하지만 그 부분을 꾹 참고 영화를 보다 보면 '무니'가 보이기 시작한다.

무니는 이 동네 악동들 중 대장 급이다. 그래봤자 2명, 3명을 왔다 갔다 하는 멤버지만 무니가 주동자임은 틀림없다. 무니가 서슴없이 내뱉는 말들은 주변 어른들, 그중에 엄마에게 많이 배운 것 같다. 무니의 엄마 핼리는 온몸에 문신을 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일자리를 찾지만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지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 여성이다. 어린 나이에 무니를 낳아서 혼자 힘들게 키워온 걸로 보이는 핼리. 주변 사람들에게 다소 까칠하며 욕설도 서슴없이 내뱉는 핼리를 보면 무니의 가정교육이 좀 걱정되지만, 핼리는 무니와 함께 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으며 무엇보다 항상 무니의 편이다. 

영화에서 가장 멋있는 캐릭터인 모텔 관리인 바비. 바비는 자꾸 모텔 주위를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는 아이들을 못마땅해 하는 것 같지만,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인물이다. 아이들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쫓아버리고,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는 주변 환경도 어떻게든 정리해보려고 노력한다. 또, 도움이 필요한 핼리에게 자신의 사비를 내놓기까지 한다. 직접적으로 무니와 핼리의 사이에 개입하지는 않지만 모녀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그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댓글에 보면 '포스터에 속았다'라는 글이 많다. 이건 무지갯빛 어드벤처가 아닌 잔혹한 현실이라고.영화를 보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스쿠티의 엄마 애슐리와 핼리의 사이가 멀어지면서부터 핼리와 무니에겐 힘든 나날들이 계속된다. 무니는 스쿠티를 잃고, 핼리는 애슐리를 잃는다. 핼리는 애슐리가 일하는 곳에 가서 행패를 부리지만 마음속으로는 애슐리와 화해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둘의 결말은 더욱 안타깝다. 둘의 잘못이 아닌 것 같은데 둘의 멀어진 사이가 결국 모든 것을 망가트린다.

무니가 사는 동네는 참 예쁘다. 무지개 빛이고, 파스텔 톤이다. 그리고 무니와 젠시도 참 예쁘다. 무니는 말은 밉게 하는 꼬마지만 미소 한 방으로 보는 사람마저 웃음 짓게 만든다. 이렇게 미소가 예쁜 아이가 사고뭉치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무도 잘못했다고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 주변 환경 때문이 아닐까. 왜 이런 꼬마의 작은 행복들까지도 지킬 수 없는지. 왜 항상 모든 것이 즐거웠던 무니가 결국 엉엉 울게 만들어야 했는지.

영화는 우리에게 무니가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결말도 아니고, 모든 걸 잃는 비극적인 결말도 아니다. 무니는 젠시와 함께 계속 달려간다. 그 끝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무니가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그 예쁜 미소만은 지킬 수 있는 세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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