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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Jul 08. 2019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서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키키는 13살이 된 어느 날,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기로 결심한다.(마녀들의 규칙) 부모님은 자신들의 곁을 떠나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가는 키키가 걱정되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키키를 보내준다.

말하는 고양이 지지와 빗자루를 타고 정처 없이 날아가던 키키는 커다란 시계탑이 있는 바닷가 마을을 발견하고, 그 마을에 정착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키키가 살던 마을보다 도시화된 바닷가 마을에서는 마녀를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느낌이라 키키는 기가 죽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키키는 빗자루를 이용해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배달해주는 일을 시작하게 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고 해서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뭔가 찾아서 봐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방구석 1열>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바람을 그려내는 감독이라고 한 이야기와 <마녀 배달부 키키>라는 작품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는 놀랍지 않았지만 개봉 연도는 놀라웠다. 1989년 작품이라니. 요 근래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비행선 부분에서 좀 오래된 느낌이 나기도 했지만.

키키는 기대감에 부풀어 시계탑이 있는 바닷가 마을에 도착하지만 사람들이 키키를 보는 시선은 키키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마녀'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마녀가 신기하긴 하지만 굳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진 않다 는 느낌. 키키도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의기소침해진다. 마녀를 필요로 하지 않는 마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에 빠진 키키.

그래도 키키는 마음씨 좋은 오소노 아줌마를 만나 빵집에 취직한다. 방도 무료로 내어주고, 가게에 예쁜 안내판도 만들어 주는 오소노 부부. 키키는 조금씩 마을 사람들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들도 키키에게 조금씩 일을 맡기기 시작한다.

마을에서 오소노 부부 말고 키키에게 먼저 손 내미는 또 한 사람 톰보. 톰보는 비행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 키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톰보는 키키를 파티에도 초대하는데 여느 동화였다면 키키는 비를 맞아도, 시간이 좀 늦어도 톰보의 손을 잡고 파티에 참석하겠지만 영화 속 키키는 그냥 이불속에 숨어버린다. 키키는 본인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는 상태라서 남에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영화는 키키가 낯선 도시에 와서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키키에게 친구는 고양이 지지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키키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고.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마녀지만 키키의 모습이 우리 보통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서 나도 마음속으로 키키를 응원하면서 영화를 봤다. 키키는 열심히 일하고 싶어 하고, 그런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줄 수 있기를.

영화가 끝나고 난 후 포스터에 있는 키키는 빗자루를 타고 있을지, 대걸레를 타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빗자루를 타고 있구나ㅋㅋㅋ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네이버 영화 댓글 보고 깊은 공감을 할 것이다.


'끝내 빗자루는 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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