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스페셜] 렉카
렉카 기사이지만 실적이 저조해서 회사에서 해고 당할 위기에 처한 태구(이태선)는 렉카 실적을 위해 일부러 사고를 기다리고 있다가 한 남자(김도훈)를 만난다. 거친 운전으로 사고를 낸 후에도 오히려 태구에게 차를 불법 튜닝했다며 다그치는 남자. 태구는 그 남자의 트렁크에서 여자를 목격하고, 여자가 납치되었다고 생각해 그 뒤를 쫓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데...
"납치범이에요. 트렁크에 사람 있었다고요."
"그게 뭐?"
"아니 게다가 저 뺑소니라고 가짜 신고한 놈이라고요."
"그래서?"
"이 새끼가 그, 우리 차 하이빔에 경광등에 번호판까지 싹다 신고했습니다."
"뭐? 이 새끼가?! 니들 다니다 보면 알려줘라."
혼자 납치된 여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태구. 그런 태구에게 친구인 정삼도, 사장도 말한다. 그 일에 네가 무슨 상관인데 끼어드느냐고. 너는 지금 당장 급한 네 일이나 하라고. 오죽하면 사장은 검은 차가 납치범이라며 차를 찾게 도와달라는 태구의 무전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자신들의 차를 신고했다고 하자 그 말에 격분한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의 목숨 보다 당장 나의 무언가가 더 중요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일당을 벌기 위해 사고가 나길 기다려야 하는 현실. 사고 현장으로 다른 렉카 기사보다 먼저 가기 위해 오히려 사고를 낼만큼 거칠게 운전해야 하는 현실.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는 행동이 멍청한 짓으로 평가 되는 현실. 이 모든 게 드라마라서 과장된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쁜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태구에게 도움을 주는 사장님. 그리고 태구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결정적 순간에 나타나주는 친구 정삼이 있어서 드라마가 좀 덜 삭막했다. 드라마가 계속 밤에 진행되고 어둡고 거친 느낌이지만 두 캐릭터가 조금은 극의 긴장감을 풀어준다고 해야하나.
현실에서 내가 태구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드라마 속에서는 태구라는 캐릭터가 이런 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적해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태구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냥 평범한 렉카 기사였다면 이 상황을 외면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정의나 양심 같은 것들이 밥까지 먹여주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도덕적인 것이 흠이 될 수도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니. 슬프고 무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