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페셜] <그렇게 살다>
KBS 2019 드라마 스페셜 4부 - 그렇게 살다
퇴직 경찰인 최성억(정동환)은 퇴직 연금이며 집 담보 대출이며 사업을 한다고 다 가져가버린 아들 때문에 집세도, 공과금도, 치매로 요양병원에 있는 아내 병원비도 못 내는 형편이다. 결국 아내를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온 성억은 아내가 좋아하는 복숭아 하나 살 돈도 변변치 않지만 그래도 아내와 함께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한다. 그런 성억의 모습을 우연히 본 후배 경찰이 안타까운 마음에 성억에게 경비 자리를 제안하는데...
"그렇게 번 돈, 자식들 짐 안 되게 내 몸 하나 건사하고 마누라 병원비 대고 나면 제철 과일 한 번 못 사 먹는 처지인데, 그래도 이만한 일자리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후배가 알선해 준 자리가 누군가를 그만두게 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된 성억. 더군다나 병모는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지만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죽는 날까지 일을 해야 한다며 성억에게 물러나 달라고 사정한다. 자신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이면서, 아니 그렇기 때문에 결국 물어나주기로 한 성억.
하지만 성억은 결국 자신을 옭아매고 말 선택을 하고 만다.
지독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식들이 기껏 일하는 아버지를 찾아온 이유가 보험금으로 어머니를 잘 모실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라니.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에게 그냥 죽게 놔두지 그랬냐는 말이라니. 그런 상황들과 결국 자신의 상황이 내린 선택이 살려달라는 말을 외면하는 것이라니. 그것이 정말 우리 사회의 현실일 텐데 그 현실이 너무 비정해서 무섭고, 씁쓸했다.
결국 경비원이 된 성억은 행복해 보인다. 집 재계약도 했고, 대출금도 갚을 수 있고, 무엇보다 아내에게 복숭아를 사서 먹일 수 있다. 그것이 직장의 힘이구나. 열심히 일하면 돈은 계속 나올 것이고 성억은 아내와 큰 욕심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성억과 병모의 그날 밤 일을 목격한 용구는 성억의 주위를 맴돌고 성억을 협박한다. 그가 바라는 것은 성억의 몰락보다는 성억의 경비 자리이다. 복수가 아니라 자신의 새로운 삶을 갖고 싶어 하는 용구. 성억은, 현직에 있을 때 청백리 상까지 받았던 고고한 경찰이었던 성억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감추고 싶은 손목시계만 남았을 뿐.
수명은 늘어났는데 정년은 더 빨라지기까지 하고, 아직도 일을 할 수 있는 많은 인력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아직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 아무도 일을 시켜주지 않는 무기력감은 어떨까.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무게감은 어떨까. 그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것은 드라마 속 주인공인 성억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너무나도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라서 보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다른 선택도 떠오르지 않았다. 성억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더 나은 선택도 없었을 것이기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지만 가장 들키고 싶지 않았던 사람에게 들켜버린. 결국 가장 큰 벌을 받은 성억. 근데 나는 성억이 그런 벌을 받을 만큼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는 살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내 마음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