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고 Dec 30. 2019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때

[드라마스페셜] <스카우팅 리포트>

KBS 2019 드라마 스페셜 5부 - 스카우팅 리포트

야구 구단에서 스카우터를 맡고 있는 경우(최원영)는 학부모에게 돈을 받다가 걸려 구단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그런 경우에게 생긴 마지막 기회는 고등학생 에이스 재원(이도현)을 구단으로 스카우트 해오는 것. 메이저리그로 가려는 재원의 마음을 돌려 구단으로 데려오기 위해 경우는 강릉으로 향하는데...

극 중 최원영이 맡은 '윤경우'라는 캐릭터는 한때 잘나가는 투수였지만 어깨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구단에 제대로 된 선수는 못 데려오고 뒷돈이나 받는 역할로 나온다. 구단에서 쫓겨날 위기에 마지막 기회로 찾은 강릉에서 만난 고등학생 선수가 지금까지 존재도 몰랐던 아들이었던 설정. 뻔할 수 있는 설정이지만 질질 끌며 감추지 않고 바로 그 비밀을 공개한 상태로 드라마는 진행된다.

근데 경우가 진숙을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에서는 좀 화가 났다. 어떻게 세월이 흘렀다고 못 알아볼 수가!! 그것도 한참을... 진숙이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생각하니 끔찍했다. 혼자서 경우의 아들을 키워냈을 진숙을 드라마에서 위로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재원과 경우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다가 다시 사이가 틀어지길 반복한다. 나는 재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재원의 '애증'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형편없는 아버지가 나타난 현실, 그러나 아버지를 닮은 자신의 모습. 야구를 잘한다는 공통점. 그리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 아무리 아버지를 원망하며 컸어도 저도 모르게 아버지가 생기는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 재원의 마음을 경우는 잡아주지 못한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 모른다. 경우는 아빠로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나도 그런 적 있었어. '딱 지금뿐이다.'라고 느껴질 때. 그래, 있었어 그런 적."


<결말이 포함되는 부분입니다>


드라마는 조금은 진부한 소재로 시작하지만 뻔한 결말을 만들지는 않는다. 어깨 부상으로 야구를 못하게 되어 평생 후회하며 사는 경우가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처한 재원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재원의 투수 인생을 지켜주는 그런 전개가 아닌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로 전개된다. 그리고 그런 선택 속에서 꽤 멋진 결말을 만들어준다. 생각지 못한 대안 같은 결말이랄까. 솔직히 드라마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작가가 주고 싶은 정확한 메시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기억하고 싶다. 선택한 일에 후회가 따르더라도 주저앉지는 말 것. 그 핑계로 경우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서 재원처럼 살고 싶다. 나는 왜 하필 어깨가 아파서 라는 좌절 말고, 그 순간 내 결정에 책임지는 내가 되고 싶다. 뭔가 드라마에서 핀트가 좀 어긋난 것 같긴 하지만... 좋은 마음을 얻었어니 좋은 결말인걸로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네 옆에 있을게, 지켜줄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