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했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나를 나쁜 곳으로 데려가진 않을 것이다.
결국, 좋은 날이 올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가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 누군지도 모르는 존재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걸까.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 누군지. 그걸 말해주는 사람이 특별한 누군가여야 무언가 변하는 것일까.
노력해서 상을 받는 걸로는
공부를 해서 교육에서 등수 안에 드는 걸로는
상사에게 인정 받는 걸로는
그 어떤 걸로도 나의 위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계속 일했는데 점점 뒤로 갔고,
내가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일했는지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은 뒤에 있는 나의 잘못이었다.
나를 보면 한숨을 내쉬었다.
본청에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들어왔으니 어쩔 수 없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했던 내가 있겠지.
영화나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시간을 좋아하던 시간들이 그때의 나를 가치 있게 만들어 주겠지.
후회하지말자, 자책하지 말자, 두려워하지 말자.
하지만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본청에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들어온 것도 내 탓은 아닌데.
나는 계속 보내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은건데.
지쳤다.
화났다.
포기하게 되었다.
나의 미래는 항상 이럴 것이라는 사실이 나를 견디기 힘들게 만든다.
아니, 무엇 때문에 견뎌야하는 걸까. 대체 무엇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잘못이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게 내 잘못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원망하게 된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나를.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하루하루 시들어 가는 나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