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상황에 따라서지만
"나는 원래 말투가 그런 거지 악의는 없어."
그런 성격의 사람들이 부러운 적이 있었다.
아닌 건 아니다, 자기 생각을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 사람.
나는 항상 우물쭈물하고,
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그냥 맞는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니까.
그러면서 속으로 속상해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런 성격의 사람들이
나에게 무어라고 쏘아붙일 때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듣고만 있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죄송하다고 하고,
여러 번 확인했음에도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의 일을 더 많이 대신해 주고,
혹시나 불이익이 가서 나에게 따지지 않을까 겁내 더 그 사람들의 편의를 봐줬다.
그러다 너무 지쳤다.
나에게 말로 다 상처를 줬으면서
'내가 잘못 알았다, 미안하다' 문자 하나로 넘기는 것도
다짜고짜 전화해서 처음 하는 말을
내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냐고 다그쳐 놓고
정작 모든 게 자신이 잘못 안 것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 것도
눈물을 꾹 참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그 사람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았다.
50명의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넘어가도
한 명의 사람이 주는 상처에 마음이 무너졌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자리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원래 그런 성격이시잖아요. 쿨하다고 그런 성격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제가 아직 어린가 봐요."
- 원래 그런 성격이라면서 왜 윗사람에게는 그렇게 대하지 않을까? 윗사람에게는 그런 말투로 말하지 않잖아.
그건 그냥 자기 편하자고 하는 말이야. 원래 그런 성격인 게 아니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거야. 그건 잘못된 거야.
- 쿨하다고? 뒤끝이 없다고? 자기 하고 싶은 할 말 다 퍼붓는데 뒤끝이 없겠지. 듣는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그런 말들이 위로가 되었다.
그렇구나, 원래 성격이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약하니까, 내가 어리니까 나를 그렇게 대하는 거구나.
내가 잘못한 게 아니구나.
그래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처럼 그런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마음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다시 그 사람들을 보고 아무렇지 않는 척 웃어야 하는 내가
아직도 "그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똑바로 말하지 못하고 "그럴 수도 있죠, 괜찮아요."라고 말한 나 자신이 싫지만
적어도 '그런 성격'의 사람들을 부러워하진 않기로 했다.
나는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에요.
나는 당신이 한 별 뜻 없다는 말에 상처받아서 마음이 무너져내렸어요.
당신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쿨한 사람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힘든 사람이에요.
나는 당신과 같은 사람은 되지 않을겁니다.
입밖으로 내뱉지는 못하겠지만 소심하게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