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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Oct 17. 2016

비가 쏟아지는 날

땅땅, 나의 빗소리

나는 비를 싫어했다.

질척 질척한 땅도 싫고, 가끔 도로에 나와있는 지렁이도 싫고,

어젯밤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옷을 비가 와서 입지 못하는 것도 싫었다.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도 귀찮고

핸드폰에 자꾸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도 싫었다.


공부를 하느라 집에, 내 방에만 있을 때

비가 오면 창문을 열어놓고 음악을 듣곤 했다.

비가 온다고 해서 귀찮거나 싫을 일이 없었다.

왜냐면 나는 집안에만 있으니까.


이왕 비가 온다면 시원하게 맘껏 쏟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딘가에 우산이 없이 쏟아지는 비를 걱정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에 어딘가를 돌아다녀야 하지 않는 것이 좋기도 슬프기도 했다.


비가 오기 시작하면 '땅땅'

베란다 깨진 유리창을 타고 흘러 온 물이 모여 바닥에 떨어지며 소리가 났다.

우리 집에 슬그머니 누군가 들어온 것 같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블로그에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을 올렸다.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누군가 함께 빗소리를 들으며 그 음악들을 듣는다면

나는 조금 덜 외로울 것 같았다.


이제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집 밖으로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비가 싫지 않다.

비가 오면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그때의 음악들을 떠올리고,

나를 외롭지 않게 지켜주던 친구들은 내가 없는 사이에도 우리 집에 슬그머니 들어오겠지.


땅땅-

꽤나 시끄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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