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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Dec 30. 2016

별이 가득한 곳

어디에나 있는 일반명사의 이름을 가졌다는 것



지극히 평범한 성과 조금 특이한 이름.

두 가지가 합쳐져서 지금의 내 이름이 되었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흔한 내 성이 싫지만

한편으로는 내 성이

'이, 유, 성, 송'이었다면 그건 또 다른 이유로 싫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나는

'별'이라는 내 이름을 크게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놀림을 받았던 건 둘째 치고,

나에 비해서 너무 반짝거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특별하지 않은데, 내 이름은 마치 특별해야 할 것 같았다.


너무나 쉬운 이름이라 쉽게 기억되는 것,

외자라서 시험 볼 때 한 글자 덜 써도 되는 것,

그것 말고는 내 이름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던 날들 중에

내 이름이 좋아진 날이 있었다.


한 선배가 밤이 되면 별이 가득한 나라로 여행을 가서

밤하늘을 볼 때마다 내 생각이 난다고 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네가 떠오르는 곳이라고.


나는 그 말이 너무나도 좋았다.

누군가 밤하늘에 가득한 반짝이는 별들을 보면서 나를 떠올릴 수도 있구나.

나는 그렇게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름을 가졌구나.


그 뒤로는 누군가 나를 불러주는 것이 좋았다.

별아.

지금까지는 별로 좋아한 적이 없던 이름인데, 자꾸만 내 이름이 듣기 좋아졌다.


앞으로 나이를 더 먹으면

어디서 내 이름을 말하는 게 민망해지는 날도 올 테지만

그래도 나는 이제 내 이름이 너무나도 좋아졌다.


나보다 더 반짝거리지만

그만큼 더 반짝이고 싶어 지는 이름.


어쩌면 밤하늘을 보는 누군가의 마음을 슬퍼지게 만들 수도 있지만

한 번쯤 미소 짓게 만들 수도 있는 이름.


기억되고 싶다.


나는 밤하늘에 별이 가득 뜨는 나라에 살아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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