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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Jan 08. 2017

연탄보다 검은 것

나의 작은 마음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화원을 운영하신다.

사람들은 보통 '꽃집'이라고 하면 TV에 나오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꽃집을 상상하지만

우리 가게는 그런 꽃집과는 거리가 멀다.


아무튼 그래서 가게와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에는 연탄을 땐다.

아침저녁으로 연탄을 갈아줘야 하고,

불이 꺼지진 않았나 틈틈이 봐줘야 한다.

연탄이 꺼져버리면 가게와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화분이 얼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부모님이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가신다고

연탄 가는 것을 부탁하셨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10년 가까이 동안.

가게에 놀러 가서도 엄마가 연탄 가는 모습을 멀뚱멀뚱 지켜만 보고

그냥 나는 '못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연탄 가는 일은 굉장히 간단했다.


다만 좀 많이 뜨겁고,

무겁고,

무섭고,

연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총 15개의 연탄을 가는 동안

아빠는 한 번도 도와주지 않으시고 지켜만 보셨다.

나는 그런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이제 어떻게 갈면 되는지 알았는데 왜 안 도와주시는 거지.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 한번 엄마를 대신해서 연탄을 갈았던 적이 있었나.

한 번이라도 해보려고 했던 적이라도 있었나.


아니,

엄마는 한 번이라도 나에게 연탄 가는 일을 시킨 적이 있으셨나.

그게 뭐 힘든 일이라고

혹시나 힘들까 봐 나에게 한번 시키지 않으시고

늘 혼자 하셨을까.


언젠가 우리는 '연탄'에 관한 시에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너에게 묻는다 中, 안도현

나는 연탄이 싫다.

연탄은 너무나 뜨겁고, 무겁고, 매캐한 냄새를 내뿜고,

무섭다.


하지만 오늘은 연탄보다 내가 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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