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게 밝게 웃기를
네 살이나 어린 여행지에서 만난 너를
계속 만나기로 한 건
지금까지 내가 한 결정 중에
가장 이성적이지 못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늘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는 선택만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한번쯤은 그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다른 상황,
사는 곳,
만날 수 있는 시간,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까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마음까지도.
하지만 그래도 너는 좋은 아이였고
나는 너를 좀 더 오래 보고 싶었다.
한 주에 한 번이어도
한 달에 한 번이어도
그래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
그런 나의 섣부른 마음이 결국 너를 다시는 볼 수 없게 했고,
그냥 원래 없던 사람이었던 것처럼
다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싶은데
너와 나눈 그 짧은 시간들 속에 좋은 기억들만 가득 남아서
마음이 아프다, 라는 것을 느꼈다.
잡은 손이 차갑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해서
나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들었던 너는
너무나 매정하게 모든 흔적들을 지우고 사라지고
나만 바보처럼 그 자리에 남았지만
감성적인 선택이 결국 이런 끝이 되어버려
나는 이제 다시는 그런 용기를 낼 수 없겠지만
그래도 너를 만나서 좋았다.
없던 사람이 될 수도,
없던 기억이 될 수도 없는 너를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
이제 다시 볼 수 없겠지만
언제나 그렇게 밝게 웃기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마지막 모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