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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Feb 13. 2017

너에게

언제나 그렇게 밝게 웃기를


네 살이나 어린 여행지에서 만난 너를

계속 만나기로 한 건

지금까지 내가 한 결정 중에

가장 이성적이지 못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늘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는 선택만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한번쯤은 그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다른 상황,

사는 곳,

만날 수 있는 시간,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까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마음까지도.


하지만 그래도 너는 좋은 아이였고

나는 너를 좀 더 오래 보고 싶었다.

한 주에 한 번이어도

한 달에 한 번이어도

그래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


그런 나의 섣부른 마음이 결국 너를 다시는 볼 수 없게 했고,

그냥 원래 없던 사람이었던 것처럼

다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싶은데

너와 나눈 그 짧은 시간들 속에 좋은 기억들만 가득 남아서

마음이 아프다, 라는 것을 느꼈다.


잡은 손이 차갑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해서

나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들었던 너는

너무나 매정하게 모든 흔적들을 지우고 사라지고

나만 바보처럼 그 자리에 남았지만


감성적인 선택이 결국 이런 끝이 되어버려

나는 이제 다시는 그런 용기를 낼 수 없겠지만


그래도 너를 만나서 좋았다.

없던 사람이 될 수도,

없던 기억이 될 수도 없는 너를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


이제 다시 볼 수 없겠지만

언제나 그렇게 밝게 웃기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마지막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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