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게 들켜버린 뒷모습
어느 주택가 골목을 수개월째 떠도는 개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반려견과 산책을 하며 이따금 그 개와 마주치곤 했다.
목걸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어딘가에 그 개의 보호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근에는 반려견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지내도록 대문을 열어두는 주민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개는 집으로 돌아가는 법이 없었다.
그는 나날이 여위고 초췌해져 갔다.
어느 날인가
그 개가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을 다니는 차량에 다친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웠지만
그 개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몸을 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자신의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디에서부터였을까?
그 개가 그림자처럼 그녀를 뒤쫓고 있었다.
마치 예약해놓은 호텔에 걸어 들어가는 손님처럼
그 개는 천연덕스럽게 그녀의 집안까지 따라 들어왔고, 그 이후 절대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 개의 보호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좀처럼 보호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그 개는 공식적으로 그녀의 가족이 되었다.
그렇게 1년 여가 흐른 어느 날 산책 중에 그녀는
우연히 그 개를 아는 주민을 만나게 되었다.
"아주머니가 혼자 살면서 키우던 개인데, 그 아주머니가 몇 개월 전에 세상을 떠났다우.
그 훨씬 전부터 더 이상 못 키우겠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으니까, 그렇게 아주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지 않았어도, 아마 그 녀석은 진즉에 떠돌이 개가 되었을 거야. 좋은 사람 만나서 잘 됐구먼."
내가 너를 선택했어.
여러분 자신이 어느 날 아침
어느 이름 모를 타국 땅에 툭 떨어졌다고 상상해보자.
스마트폰은커녕, 여러분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가방도, 연락할 사람도, 아무것도.
아는 사람도 없다.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다. 그 나라의 언어도 모른다.
해가 어둑어둑 지기 전에, 날씨가 쌀쌀해지기 전에,
어서 빨리 안전한 곳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 집에서 당분간 지내게 해 달라고, 도와달라고, 그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다급하게 찾아내야 한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까?
험상궂게 생기거나 심술 가득한 얼굴로 대꾸하는 사람을 골라 도움을 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위험에 빠질 소지가 다분한 장소나 사람을 애써 찾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는 없으나
최대한 나의 안전이 보장될만한 곳, 선의가 느껴지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심사숙고하며 시간을 두고 찾고 있었다. 당신을.
그녀가 구한 아이는
꽤 오랜 시간을 두고 사람들을 관찰해왔다.
그녀도 그 개가 관찰해 온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을 거다.
이 아이는 그녀가 자신의 반려견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녀의 반려견이 그녀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들의 관계, 그들이 움직이는 동선과 시간을 눈여겨보았을 거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에게 가족이 되어달라고 요청하겠다는 결심이 굳었을 때
그는 그녀가 지날 길목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그녀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고, 그를 품어주었다.
동물의 의식이 사람보다 열등하지 않으며
사람이 동물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함께 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한 관계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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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