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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Mar 16. 2017

너의 눈 코 입은 잊었지만 너의 표정 근육은 기억해

나는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오해도 많이 받는다.


내가 어느 범죄현장의 유일한 목격자라면

'범인에게는 희소식이요, 피해자에게는 야속한 운명이겠구나'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상대방의 이목구비는 물론, 체격이나 키, 피부색, 옷차림.. 어느 것 하나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흔히 말하는 '잘 생겼다, 예쁘다, 못 생겼다'등의 개념도 나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다. 

그 개념 자체가 아예 머릿속에 없지 싶다.

분명히 '매력이 있거나 끌리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차이가 있어봐야 0.001mm 정도의 차이나 있을까 싶은... 그런 소소한 차이를 위해 

눈을 크게 만들고, 코를 높이고 하는 그것,

그 소소한 차이에 예쁜 얼굴과 못난 얼굴로 구분 지어지는 의미가 잘 와 닿지 않는다.

내 감각으로는 이쪽이나 저쪽이나 그냥 '눈'이다.


모든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시간 이상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어보았거나, 말하는 모습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던 상대라면 기억할 수 있다.


똑같이 웃는 표정을 짓더라도

사용하는 근육들이나 근육을 사용하는 방법들이 

사람마다 미묘하게 달라서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제각각의 패턴들이 내 기억에 저장되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생김새로는 상대방을 기억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대화 중에 자주 사용하는 표정 근육의 패턴으로 상대방을 기억하는 듯하다. 

 

시각적인 '정보'를 통해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어려서부터 동물들에게 둘러싸여 자라면서 

무의식 중에 

드러난 정보들을 기억하기보다

근육의 움직임이나 바디랭귀지를 읽는 것에 더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이따금 생각한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내가 당신을 금세 알아보지 못할지 모른다.

이야기를 나누며 당신만의 표정 근육이 떠오르는 순간까지는.

무심하거나 당신을 잊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셀프 트레이닝 차원에서 가끔 나 자신과 게임을 한다.

'방금 지나간 사람에 대해 기억나는 정보들을 말해봐.'

'들어올 때 두 번째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봐.'

라는 식으로...


재미있다. 

새로운 외국어를 하나 더 배우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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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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