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행동 상담을 요청해 온 한 반려 가족의 이야기다.
반려견이 타인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물어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은 것만 수 차례였다고 한다.
이 가족은 잘 알려진 훈련사가 무료 교육을 진행한다고 하여 찾아간다.
그리고 그 날, 그곳에서
공격적인 반려견을 교육하는 방법을 시연한다며 훈련사는
목줄을 하고 있는 반려견의 목줄을
기둥에 엮어 그 작은 개를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고 한다.
사람을 공격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 했다.
가족들은 눈 앞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훈련사를 말리지 않았다.
"자신의 반려견을 기둥에 매다는데 보호자가 가만있다니 제정신인가?"
라고 생각하는가?
이 가족을 비난하려고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면 잠시 아래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폭스 박사 효과 (Doctor Fox Effect)
세 명의 연구자들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들은
'Mathematical Game Theory as Applied to Physician Education (수학적 게임 이론을 접목한 의료인 교육)'이라는 주제로
폭스 박사 (Dr. Fox)에게 강연을 요청했다.
그리고 폭스 박사의 강연과 강연 후 참가자들의 평가를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폭스 박사의 강연에는 의사, 심리학자, 석 박사 이상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그의 강연에 대한 참석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의 강연에서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참석자들도 많았다.
그는 연례 컨퍼런스에도 강연자로 초빙되었다.
강연자로 소개된 그의 이력에는
<인간의 행동에 수학적 이론을 접목시킨 권위자>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는 가짜 전문가... 연기자였다.
그는 강연 제목에 등장하는 '게임 이론'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아는 것이 없었으며
강연 하루 전에 원고를 받아 전문가인척 연기를 했을 뿐이었다.
아는 것이 없어도 연기가 훌륭해서 내용을 잘 전달했던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사실은 강연 내용 전부가 하나부터 열까지 엉터리였다.
그가 강연한 내용은
강연과 무관한 여러 분야의 글들을 짜깁기해서 만든 엉터리였다.
강의 중에 그가 언급하는 논문이나 참고 문헌 등까지 전부 엉터리였다.
그의 강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들, 서로 상충되는 이야기들, 의미 없는 용어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아무 내용이나 되는대로 갖다 붙여서 만든 말도 안 되는 원고로 진행된 강의란 말이다.
이 실험을 진행한 연구자들은 사전에 폭스 박사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주문했다.
1. 권위 있는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 외양에 맞는 연기를 할 것
2. 무엇이든 좋으니 '용어'를 남발할 것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은
강연에 들어오기 전에
조작된 그의 화려한 (가짜) 이력에 노출된 상태에서 강연에 참석했고
폭스 박사의 표정과 말투, 외양에서 권위를 느꼈으며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불분명한 <용어들>에서 전문성을 느꼈다.
가짜 이력과 풍기는 이미지, 뭔지 모르지만 들려오는 전문 용어들에
사람들은 현혹된다.
참석자들은 (무슨 소린지 알지도 못하면서도) 그의 강연이 매우 감명 깊었으며
인사이트를 얻었노라고 그의 강연을 높이 평가했고, 강연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폭스 박사는 사실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하여 얼굴이 비교적 알려진 배우였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참석자들이 보고 있는 것은 게임 이론의 권위자인 폭스 박사였기 때문이다.
폭스 박사 효과 이외에도
이와 유사한 실험은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스탠리 밀그램 (Stanley Milgram)의 전기충격 실험이나
짐바르도(Philip George Zimbardo)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 등
여러 실험의 결과를 보면
주어지는 상황이나 권위, 사소한 장치들에
사람이 얼마나 쉽게 현혹되거나 무너지고
논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존재인지 알 수 있다.
사람은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다.
주어진 상황과 장치에 판단이 흐려진
반려 가족의 선택은
매우 애석하고 마음 아픈 일이지만
비난할 대상은 아니지 않을까?
얼마 전
"반려견이 후각 게임을 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게 사실이냐?"는
한 반려 가족의 질문에
한참 동안 서로 어이없어 웃다가
<자존감이란 무엇인가?>부터 설명을 시작한 일이 있다.
'자존감'의 뜻을 몰라서 상식에서 벗어나는 말에 현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은 무슨 단어를 가져다 붙였던 결과는 마찬가지. 현혹될 준비가 되었던 것이다.
한 병원에 들어서자
벽면과 장식장마다 액자가 가득하고, 그 안에는 금박 장식이 된 종이가 들어있다.
병원에 방문한 사람들은 그 병원 원장이 많은 상장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액자를 하나씩 꼼꼼히 들여다보면
액자에 들어있는 것은 상장이나 전문성을 인증하는 증서가 아니라
지원금을 따기 위해 발품을 팔며 구한 수강증들이다.
그 병원이 경영난으로 매우 다급한 처지에 놓였을지 모른다는 증명에 불과하건만
금박 장식이 된 액자가 가득한 이미지와 사람들의 성급한 판단은
그를 전문적인 인물로 재창조해낸다.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하면
흔쾌히 동의하는 유명인들과의 사진들을 진열하고
마치 자신이 전문가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고 있는 사람인 듯 전시하는 사람도 있고
영어로 기재된 영수증의 이미지를 올려놓고 해외에서 취득한 자격증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이미지에 기만당한다.
얼마 전 방송인 이경규 씨가 말했던
지금은 이미지로 먹고사는 세상
이라는 표현이
가장 함축적으로 말해주는 듯하다.
나는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눈을 갖고 있을까?
수없이 쏟아지는 많은 정보와 가려진 진실 사이에서 우리는 '건강한 선택'이라는 문제와 씨름을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갖고 정보를 선별하고 수용하고 활용해야 할까?
내가 쫓고 있는 불빛이 등대인지, 나를 향해 달려오는 차의 헤드라이트인지 구별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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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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