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반반인간

외향적, 내성적 어떤 사람이냐고요? 반반인간입니다.

by 늘푸른


약속을 잡아 놓고 그날이 다가오면 ‘하 귀찮다... 어쩌나, 그날이 안 왔으면 좋겠다. 정말 만나기 싫다’고 침대에 누워서 씩씩거린다. 그러면서 혼자 있게 되는 날이면 집에서 심심해서 이 사람한테 연락해 볼까, 저 사람은 잘 지내고 있을까, 통화 버튼을 누리기라도 한 날에는 우울한 날이 된다. 듣고 싶지 않은 TMI 이야기를 듣고,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날은 하루가 날아간 것만 같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어지럽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빈혈이 있다고 했는데 이 증상 때문에 그런 건가. 나와 관련된 사람이 아니면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가도 듣고 나면 온몸이 아프다. 아마 나는 나를 너무도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야 남의 이야기 조금 들었다고 이렇게 마음이 텅 빈 강정처럼 울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향적, 내성적’ 성격을 가르치는 어휘를 가르쳤을 때 확신하는 얼굴로 예문을 들어 가르쳤다. “외향적인 사람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사람들과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서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학생들은 하나같이 모두 나를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외향적인 사람이었다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어휘의 뜻을 설명한 것처럼 사람들과 어울리고 만나고 온 날이면 지치고 힘들다. 오자마자 침대 굴속으로 들어가 에세이를 읽거나 트위터 글을 읽는다. 최근에 ‘외향적, 내성적’인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을 읽었는데 이 어휘의 뜻이 정말 이렇게 설명하는 게 맞나 싶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고, 내성적인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라고.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반반인간이다. 코로나 백신을 1차만 맞았을 때 딸이 나에게 말했다. 엄마는 반반인간이네. 반은 백신이 있지만 반은 없으니까. 성격 어휘에 대해 가르치는 날 학생들이 나에게 어떤 성격이냐고 물어본다면 반반인간이라고 말하겠다. 좋아하는 사람과 어울리고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받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이다. 내 곁에는 만나고 오면 에너지를 갖게 되는 친구가 3명이나 있다. 그녀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날에는 힘이 나고 행복하다. 나만 그녀들에게 에너지를 받나, 에너지를 주기 위해 나도 더 가꾸고 성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설프게 성숙한 어른을 따라한다.


#성격

#외향적

#내성적

#반반인간

#성찰

#인간관계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딸에게 싫어하는 남사친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