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갔다가 물건 파시는 할머니들을 보고 과거와 다른 감정을 느꼈습니다
“더 좀 줘, 떨이로 더 줘”
“남는 게 뭐가 있다고... 그려... 한 주먹만 더 줄게”
싱싱하고, 풍성하고, 시끄러운 삼례장에 왔다. 오늘도 시장에서 흥정하는 장면을 봤다. 손님과 실랑이를 할머니의 손을, 얼굴을, 표정을 바라본다. 쭈글쭈글해진 손으로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신다. 옥수수 껍질을 벗기신다. 시장 골목 구석에서 물에 만 밥과 김치를 허겁지겁 드신다. 배추 한 단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느껴져 다른 집에 돌아보고 오겠다는 말에 할머니의 눈이 슬퍼지신다. 얼굴이 울상이 되신다.
시장에 가면 작은 소리가 들린다. 땡볕 아래서, 할머니의 땀을 흐르는 소리가, ‘아이고 힘들다’ 소리가 맴돈다. 언제부터인지 시장에 가면 할머니들께 더 달라는 소리도 못 한다.
장을 봤다. 검은 비닐 봉다리에 콩나물 한 주먹, 꼬부랑 오이 두어개, 빛바랜 호박 한 개를 담았다. 검은 봉다리 안에 담긴 자식들을 공부시킨 이야기가, 자식들을 결혼시킨 수고가 들린다. 검은 봉다리에서 손주 사탕을 사 줄 꾸깃한 지폐 몇 장이, 휘어진 허리를 고칠 치료비가 나온다.
시장 구석구석에서 흘러 다니던 검은 비닐 봉다리.
야채 담았던 검은 비닐 봉다리는 흙 털어 씽크대 서랍으로 넣는다. 생선 담았던 검은 비닐 봉다리는 물 한번 헹궈 싱크대 구석에 걸어 놨다. 시장에서 왔다갔다 떠돌아다니던 검은 비닐 봉다리는 우리집 살림에 보탬이 된다.
검은 비닐 봉다리에서 꺼낸 찬거리로 음식을 만든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따뜻하고 든든한 저녁 식사를 한다. 검은 비닐 봉다리에 닮긴 할머니의 인생은 오늘도 우리 가족의 배를 부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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