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대화하며 과거의 나를 위로합니다
" 엄마 우리반에 진짜 싫은 남자애 있어. 나 귀찮게 하고.. 팔잡아 끌고.. 진짜 싫어."
"그래도 잘 대해 줘야지.. 아니다.. 니 하고 싶은 대로 말해... 하지 말라고 하고.. 맞서 싸워. 하지 말라고 소리 지르든지.. "
하교 후 돌아 온 지수와 간식을 먹으며 '나를 귀찮게 하는 남사친을 대하는 법'에 대해 얘기했다.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우리 반 남자애가 나를 때려 엄마한테 일렀더니
"여자가 드세니 남자애가 때린다", "남자애들 휘젓고 다니지 말아라"같은 대답을 들었다. 엄마가 당연히 내 편을 들어 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빗나간 엄마의 말을 듣고 서러웠던 기억이 났다. 그 기억 덕분에 딸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했다.
"맞서 싸워!"
진짜 싸우면 담임한테 전화가 오고 난리가 나겠지만 그 상황에서는 지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지수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수야, 엄마는 할머니한테 여자가 드세니 남자애가 때린다느니, 남자애들 휘젓고 다니지 말라느니 이런 말 들었는데...지금 생각해 보면 좀 할머니가 내 편 안 들어줘서 마음 아팠어"
한참을 생각하더니 지수는 말했다. "할머니가 잘못했네, 엄마 참 속상했겠다."
나는 딸을 위로했지만 딸은 오늘도 나를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