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변화 (2021.07.06)
지난 5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으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지칭할 때 그 변이가 처음 발견된 국가 대신 그리스 문자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면 영국 켄트 지역에서 출현한 변종(B.1.1.7)은 '알파', 남아공에서 나타난 변종(B.1.351)은 '베타', 브라질에서 최초로 검출된 변종(P.1)은 '감마'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이 중 전염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 '델타' 변종(B.1.617.2)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변이가 처음 발견된 인도를 비롯해서 공중보건 인프라가 취약하고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호주, 방글라데시, 남아공, 독일 등 각국의 정부는 여행 제한 등 방역 지침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아직은 그 특성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지만, 소위 '델타 플러스'(K417N) 변종도 발견되었다.
델타 변종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이곳 산타 클라라 카운티 지역은 일상을 상당 부분 회복한 분위기다. 오늘(7월 6일) 발표된 공식 집계에 의하면 만 12세 이상 주민의 75.3%가 접종을 마쳤다. 미국 전체의 동일한 연령대의 접종률인 55.5%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그리고 산타 클라라 카운티가 속한 캘리포니아의 주 정부는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대중교통, 병원, 요양원, 교도소, 학교 등 특정 시설을 제외한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지침을 전면 해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했던 "독립기념일까지 성인 70% 1차 접종 완료"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접종 완료자에게 제공되는 복권, 상품권 등 각종 혜택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델타 변종으로 인해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이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11일의 대국민 연설에서 "7월 4일쯤에는 여러분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야외에서 요리나 바비큐를 해 먹으면서 독립기념일을 축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은 어느 정도 지켜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호전된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작년 11월에 일일 신규 확진자 수치가 20만을 넘어섰던 때를 기억하면 더욱 그렇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4월 28일의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공언했듯이 미국은 "백신의 무기고"로서 세계 각국에 대한 백신 지원을 개시했다. 어제 하루만 해도 미 국무부는 엘살바도르에 모더나 백신 150만회분, 말레이시아에 화이자 백신 100만회분을 제공한 사실을 밝혔다.
'델타'는 수학과 과학에서 변화, 또는 변화량을 나타낼 때 흔히 사용되는 그리스 문자다.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 지금, 코로나19가 이미 가져온 변화와 앞으로 일으킬 변화에 집중하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의 변화가 일으킬 수 있는 파장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코로나19의 지배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길고 지루하고 끔찍한 투쟁은 이제야 그 서막을 올렸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