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2
최근에 올림픽 소식을 자주 접해서 그런 걸까. 운동에 관련된 비유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어달리기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부분은 바통을 떨어트리지 않고 전달하는 것이다. 다음 주자에게 전해주는 그 순간까지 전속력으로 달렸다가는 놓치는 수가 있고, 정확하게 넘겨주기 위해서 속도를 너무 늦췄다가는 기록이 영향을 받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구간, 맡겨진 몫을 충실히 완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경주다. 하지만 그 경주는 결국 어떤 계주의 일부다.
초등학교 운동회의 이어달리기도, 후배가 선배의 도움과 조언을 청하는 자리도, 스승과 제자가 한 자리에 모인 교실에서의 수업과 강의도,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업무를 전수하는 과정도,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모든 순간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한 순간씩, 한 인연씩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더 빨리, 더 멀리 나가려고 하면 바통을 놓치는 수가 있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넘어질 때, 크게 낙심하거나 좌절할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 모든 것이 나중에 올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고 기억할 수 있으면, 우리는 조금은 더 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발걸음이 모여서 훗날에는 누군가에게 길이 될 수 있다. 오늘도 더 깊이 뿌리를 내리는 나무가 되어 누군가의 버팀목, 누군가의 그늘이자 쉼터가 될 수 있다.
‘내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떠난 후에 더 온전해지는 자리’를 바라볼 수 있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