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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Aug 13. 2021

이어달리기

2021.08.12

유레카 시에 있는 세콰이어 공원 동물원에서 (2021.08.03)


최근에 올림픽 소식을 자주 접해서 그런 걸까. 운동에 관련된 비유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어달리기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부분은 바통을 떨어트리지 않고 전달하는 것이다. 다음 주자에게 전해주는 그 순간까지 전속력으로 달렸다가는 놓치는 수가 있고, 정확하게 넘겨주기 위해서 속도를 너무 늦췄다가는 기록이 영향을 받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구간, 맡겨진 몫을 충실히 완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경주다. 하지만 그 경주는 결국 어떤 계주의 일부다.


초등학교 운동회의 이어달리기도, 후배가 선배의 도움과 조언을 청하는 자리도, 스승과 제자가  자리에 모인 교실에서의 수업과 강의도,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업무를 전수하는 과정도,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모든 순간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순간씩,  인연씩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더 빨리, 더 멀리 나가려고 하면 바통을 놓치는 수가 있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넘어질 때, 크게 낙심하거나 좌절할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 모든 것이 나중에 올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고 기억할 수 있으면, 우리는 조금은 더 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발걸음이 모여서 훗날에는 누군가에게 길이 될 수 있다. 오늘도 더 깊이 뿌리를 내리는 나무가 되어 누군가의 버팀목, 누군가의 그늘이자 쉼터가 될 수 있다.


‘내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떠난 후에 더 온전해지는 자리’를 바라볼 수 있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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