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4
오랜만에 워싱턴으로 향하는 길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번 터미널로 가기 위해 공항 내 무인열차를 탔다. 문이 닫히고 정류장을 떠나기 전에 “please hold on”이라는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열차가 흔들릴 수 있으니 손잡이를 붙잡으라는 흔한 안내방송이다. 하지만 달리 해석하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니면 “쉽지는 않겠지만 잘 견뎌주세요”로 들릴 수도 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셋 다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새로운 출발 앞에 조금은 조급하고 들뜬 마음으로,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서 있을 때, 걱정할 것 없으니 차분히 중심을 잡고 한 걸음씩 나서라는 위로로 들려온다.
다시금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낙심하지 않을 이유, 용기를 낼 수 있는 이유가 되는 모든 얼굴들을 하나씩 그려본다. 맺어진 인연을 가꾸는 것에 여전히 서툴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아직도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먼저 건네주는 사람들이 곁에 머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축복이다.
다음 정류장이 가까워지면서 같은 안내방송이 다시 흘러나온다. “Please hold on.” 이윽고 열차가 멈추고, 문이 열린다.
이제는 다시 나서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