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2018.11.28

by 나침반
IMG_0666.jpg 당시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마르주키 다루스만이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 보고를 하는 장면 (2014.10.28)


2014년 10월, 뉴욕의 한 강당에서 유엔 인권최고대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이 인권단체들을 대상으로 회견을 가졌다.


반인도범죄에 준하는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 등 예전보다 강력한 언어가 포함된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확고한 지지를 얻고 통과할 수 있도록 여러 인권단체가 함께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고, 그 노력의 일부로 뉴욕에 머물던 중이었다. 며칠 동안 오로지 “북한인권”에만 열중하며 하루하루를 지내던 중에 회견장에 갔다.


북한인권결의안을 둘러싼 외교전을 언론이 비교적 비중 있게 다루기는 했지만, 사실 당시 국제사회에서 가장 엄중하게 다뤄진 사안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에볼라 유행 사태였다. 자신의 목숨도 마다하지 않으며 이중, 삼중의 보호복을 입은 채로 공포에 질린 아이에게 조심스레 다가서는 의사의 사진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던 때였다.


그리고 50여 개가 넘는 다양한 단체가 회견에 참가했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지역의 문제나 처음 접해보는 사안을 다루는 단체도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모두가 인권최고대표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내가 다루는 문제만 중요하다"라고 착각했던 무지한 편견의 무게를 처음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손을 높이 치켜들며 앞을 주시하던 한 명 한 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중에는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어떤 문제를 더 널리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이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의미 있는 진전이 있기 위해서는 관심과 자원이 필요하고, 이는 제한되어 있기에 경쟁은 불가피하다. 사회와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 우선순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제 문제가 더 중요해요"라고 말하며 소모적인 논쟁만을 벌이기에는 너무 많은 아픔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높여도 턱없이 부족할 만큼.


누구든지 공감의 반경에는 한계가 있고, 일상생활 속에서 직접적으로 '나의 일'이 아닌 무언가에 공감할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도 결코 많지 않다. 어떤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 문제를 알리려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되는 모두에게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계기와 경험들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랑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은 누군가에게 “이거에 왜 관심을 안 가지세요?”라고 말하며 관심을 강요할 수는 없다.


“저한테는 이것이 이래서 중요하고, 제 얘기를 잠시라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생각하면서 타인의 이야기도 동일하게 존중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고, 조금만 더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것도 그 자체로 작은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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