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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Nov 30. 2021

12월

2019.12.01 / 2021.11.29


다시 12월이다. 새로울 것이야 없지만 더 이상 넘길 달력이 없는 기분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믿음을 고백한 성도도 적어도 7일마다 한 번씩은 그 내용을 일깨워줘야 신앙을 일상 가운데에서 겨우 지킬 수 있다. 사람은 그만큼 나약하고 건망증이 심한 존재라는 사실을 어쩌면 교회가 가장 정확하게 간파하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라고 알랭 드 보통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지적한다.


그래서 1년마다 한 번씩은 12월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닐까. 그동안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잊었는지 이때 잠시라도 살펴보라고 달력이 말해주는 것만 같다.


맑고 찬란하게 빛나는 희망과 꿈이든, 걷힐 기미가 도저히 보이지 않는 짙은 먹구름과 같은 절망과 불안이든, 매일 무엇을 그리도 힘겹게 안고 가는지 내려놓고 열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


가끔이라도 그러지 않으면 그 무게에 중심을 잃고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서야 그 속을 처음 들여다봤을 때 헛된 욕심과 지독한 이기심만 보인다면, 그보다 더한 불행은 아마 없을 것이다.


12월이 익숙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토록 무덤덤하게 "마지막을 생각하라"라고 말해주는 무언가가 또 있을까.


동백꽃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지금, 희미하게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새겼던 윤동주의 다짐을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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